한나라당의 내홍(內訌)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전날 이부영(李富榮) 부총재가 총재단 총사퇴 등을 촉구한 데 이어 11일에는 홍사덕(洪思德) 의원이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당무 2선 후퇴 및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당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일본을방문 중인 이 총재는 총재직 사퇴나, 즉각적인 집단지도체제 도입 요구에 냉담한 것으로 알려져 당 내분이 장기화하면서 격화할 가능성 마저 엿보인다.
■공세 격화
현재 이 총재에 대한 당내 압박은 고강도이며 전면적이다. 홍 의원은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경선 포기는 물론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지금까지 ‘이 총재 사람’으로 여겨져 온 홍 의원의 탈당 시사는 자칫 한나라당이우려하는 ‘탈당도미노’를 현실화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부총재도 이날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으며, 여기에다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마저 “당의 단합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이 총재의 측근들을 비판한 뒤 “이 총재는 당의 내재적 문제를 심각하게생각해야 한다”고 공세에 가담했다.
이들의 공세는 언뜻 궤를 같이하고 있는 듯 하나 실상은 각개 약진의 성격이 더 짙다.
당장 이 부총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 한 얘기는 당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충정에서 나온 건의”라며 ‘분란을 부채질한다’는 시각을 경계했다.
홍 의원도 “이 부총재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총재단 총사퇴는 자칫 당을 아노미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의견을 달리했다.
최 부총재 또한 “이 부총재와 홍 의원의 수습책을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탈당을 배수진으로 한 이 총재의 결단 촉구’(홍의원)와 ‘참여 속의 당 개혁 요구’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다만 이들의 주장에는 위기 타개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뚜렷한 공통분모가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이 총재측의 대응에 따라 홍사덕 이부영은 물론 김덕룡 의원까지 함께 하는 연대의 모습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현재 홍 의원은 김 의원을 주말과 휴일 사이 잇따라 만났고, 이 부총재도 김 의원을 만나는 등 상당한 수준의 교감을 이룬 상태다.
■ 이 총재의 대응
일본을 방문중인 이 총재는 이날 홍 의원의 탈당시사 회견 소식을 전해 듣고 “다음에 얘기하자”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전날 밤에는 김무성(金武星) 비서실장이 국내 언론의 당 관련 보도내용을 보고하려 하자 “여기선 잊어버리자”며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이 총재의 방일을 기다렸다는 듯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당내 파열음이 그만큼 곤혹스러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를 수행한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략 두 갈래의 수습 방향이 유추된다. 하나는 당 안팎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한적극적 정지 작업이다.
그 핵심 대상은 정계계편의 잠재적 축으로 부상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민주계다.
김 실장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이 지난 주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에게 ‘꼭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라’고 했다”며 “김 지사도 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총재가 방관자에 머물고 있는 상당수 소속 의원과 개별 면담을 통해 설득과 여론수렴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
그러나 대선전 집단지도체제 도입불가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원칙’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밀려서 하는 총재직 사퇴는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루빨리 피아(彼我)를 정리해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구상인 셈이다.
도쿄=유성식기자
ssyoo@hk.co.kr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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