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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깍아달라"…선거철 억지민원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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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깍아달라"…선거철 억지민원 재발

입력
200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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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밀어줄 테니 도지사가 나서서 세금을 깎아 줘요.”최근 충북도청 지사 비서실에 불쑥 찾아든 50대 남자는 비서관에게 국세 부과 고지서를 내밀며 다짜고짜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는 “내가 밀어서 도지사가 됐는데 왜 안 도와주냐”며 고집을 부리다 비서의 설득끝에 민원실에 민원을 접수시킨 뒤에야 발길을 돌렸다.

인천 모 구청장도 요즘 연일 황당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밤 늦도록 민원인들이 집에 찾아와“표를 몰아주겠다”며 각종 이권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청탁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무작정 내칠 수만은 없는 것이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 억지 민원 실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표를 앞세운 억지성 민원이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다.

민원은 대부분 터무니없는 청탁이거나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한 무리한 요구들로, 출마를 앞둔 단체장 및 선량 후보들을 옥죄고 있어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충북 괴산군도 예외가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증평읍지역(증평출장소)의 시승격이 이뤄지지 않자 최근지방선거 참정권 포기를 선언하고 괴산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괴산군 관계자는 “증평의 인구가 3만2,000명에 불과해시 승격 요건(5만명 이상)에 미달하는 데도 시민단체들이 연일 압박하고 있어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주민의 집단 민원도 속출하고 있다. 대구 동구 효목1동 일부 주민들은 북구 신천하수처리장~수성구 만촌동 롯데메트로파레스간 오수관 매설 공사를 집단으로 저지해 최근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기간 중 통행 불편과 오수관 파열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 참다 못한 대구시는 주민들을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해 시와 주민간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 인터넷 민원 홍수

각 자치단체 홈페이지도 선거철에 편승한 민원이 넘쳐나고 있다.

경기도 각 기초자치단체 홈페이지는 택시요금 인하 요구에서부터 아파트에 인접한 특정 병원의 이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대전시 홈페이지에는 “시내 아마추어 야구팀이 100여 개에 이른다”고 과시하면서 “동호인을 위한 야구장을 시에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민원까지 등장했다.

한남대 행정학과 이은구(李殷九ㆍ40) 교수는 “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 달리 출마자와 유권자간 거리가 밀착된 특성 때문에 후보를 향한 청탁성 민원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유권자의 이 같은 행태가 계속되면 지자제는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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