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42)씨는 종합주가지수가 500대 초반이었던 지난해 4월 한 투신증권사의 주식형 펀드에 1,000만원을 가입했다. 1개월 뒤 지수는 600선을 훌쩍 넘어 630대에 올라섰다. 이씨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도 30% 가까이 치솟았다.그러나 3개월 이전에 환매할 경우엔 이익금의 70%를 환매 수수료로 내는 규정 때문에 투자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7월 지수는 500대까지 하락했고 펀드를 해약한 이씨의 손에 쥐어진 금액은 980만원이었다.
이씨처럼 수익을 올리고도 환매 수수료 때문에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없었던 투자자들의 고민이 사라지게 됐다. 각 투신증권사가 증시로의 자금 유입 움직임에 발 맞춰 환매 수수료 부담이 큰 주식형 수익증권의 단점을 보완한 선취 수수료 상품을 내걸고 인기 몰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투자신탁증권(사장 김병균)은 11일 5조원 짜리 초대형 펀드인 ‘갤롭코리아(Gallop Korea)펀드’의 판매에 돌입했다. 직원들의 적극적인 가입으로 첫날 1,000억원(예약 판매액 포함)을 돌파한 이 펀드는 가입 금액의 0.5%(인덱스 스윙은 1%)를 미리 수수료로 떼는 대신 환매 수수료가 없어 언제든지 환금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즉 1,000만원을 가입할 경우 처음에 5만원을 떼고 995만원으로 운용을 시작하지만 주가가 올라 수익이 생기면 투자자는 언제든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신탁증권이 지난 1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3조원 규모의 ‘그랜드슬램(Grand slam)펀드’도 선취 수수료형 펀드이다.
투자 금액의 1%를 가입시 판매 수수료로 떼는 이 상품은 현재 1,100억원 정도가 팔렸고 이미 수익을 내 찾아간 금액도 5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선취 수수료형 상품은 해외에선 이미 일반화한 현상이다.
한 투신운용사 관계자는 “당초 환매 수수료를 부과했던 것은 주식시장 자금이 초단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였으나 일반인들에겐 환매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만기일로 인식돼 오히려 해약 사태를 부르는 부작용이 컸다”며 “중장기 투자를 유치한다는 점에서 선취매형 펀드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취 수수료 상품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다. 한 투신증권사 관계자는 “선취 수수료 상품은 불가피하게 조기 환매해야 하는 경우 수수료만 날리는 결과를 가져와 투자자에겐 손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선취 수수료 상품에 가입할 때에는 적어도 주식 시장의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일정기간 수익이 날 때까진 기다릴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편 한투증권에 이어 대투증권도 초대형 주식형 상품을 출시하자 다른 투신증권사도 맞불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현대투신증권은 ‘바이코리아펀드’의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바이코리아 펀드중 나폴레옹펀드와 르네상스펀드, 코스닥 펀드 등 3종을 주력펀드로 하여 각 펀드를 1조원 이상의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동양오리온투신증권의 ‘온국민 뜻모아 주식펀드’, 제일투신증권의 ‘CJ비전 포트폴리오펀드’, 마이에셋의 ‘애국성장펀드’등도 각 투신증권사의 대표적인 펀드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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