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용서되는 죄가 있다. 자식 때문에 죄를 지은 부모는 면죄부를 받 는다.영화 ‘존 Q(John Q)’ 는 곧 멎을지도 모르는 아들의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 인질범이 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빌어먹을 HMO(미 보험제도중의 하나).”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헬렌 헌트는 아들의 치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보험제도에 대해 육두문자를 날렸다. 이번에도 그 보험이 문제다.
공장 노동자인 존 퀸시 아치볼드(덴젤 워싱턴)는 늘 자동차 할부금이나 집세가 밀리는 미국의 하층민.
짜증도 쌓이지만 보디 빌더가 꿈인 아들 마이크가 있어 그래도 살 맛이 난다. 아이가 야구장에서 쓰러지고 나서야 선천적인 심장병에 걸린 것을 알지만 너무 늦었다.
아이를 살릴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억대가 넘게 드는 심장이식. 보험지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안 그는 총 한 자루를 들고 응급실로 쳐들어가 인질범이 된다.
‘존 Q’로 자신을 소개한 그의 요구 조건은 하나. “아들을 심장 이식 대상자에 넣어달라.”
경찰측 협상전문가인 프랭크 그림(로버트 듀발)이 존 Q를 설득하는 사이 경찰은 그를 사살할 계획을 세운다.
모든 것을 다해줄 것같던 보험은 필요할 때면 생각도 못한 ‘조항’을 들먹이고, 반들반들한 의사들은 “어려운 것은 당신만이 아니다”라며 돈 없는 환자를 행려병자 취급한다.
보험에 속고, 의사에 주눅들어 본 이들이라면 쉽게 존 Q 편이 된다.
그는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자 “내 심장을 꺼내 아들에게 이식시키라”며 의사에게 총을 겨눈 채 수술대에 눕고, 이때쯤 되면 관객은 코끝이 시큰해진다.
사실 이 영화에는 갈등의 요소가 적지 않다. 존 Q는 멕시코 노동자들 때문에 월급이 줄었다고 투덜거리고, 심장전문의 터너(제임스우즈)와 원무과 직원 레베카(앤 헤이시)는 인종적, 계급적 마찰을 일으킨다.
그러나 영화는 골치 아픈 갈등 대신 감동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잘난 척하는 백인 의사들마저 이 흑인 아버지를 돕고 싶어하고, 인질극이 방송을 타면서 국민들은 존 Q의 지지자가 된다.
아들을 살리는 선에서 마무리되면 좋았을 영화에 이런 저런 ‘감동’의 요소를 너무 많이 우겨넣었지만, ‘부성애’나 ‘모성애’는 여전히 상업적으로 매우 유효하다.
자식을 위해 심장을 떼어 줄 결단을 내린 아버지 역의 덴젤 워싱턴은 24일 발표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인간 승리를 이룬 ‘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도 받았는데, 덴젤 워싱턴이 받지 못한다면 말도 안 된다”(줄리아 로버츠)며 할리우드 배우들이 그에게 잇단 지지선언을 보내고 있는 것도 독특한 풍경이다. 감독 닉 카사베츠. 15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