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구 잎새소설 '첫날밤의 고백'김이구(44)씨는 ‘첫날밤의 고백’(현대문학북스 발행)에 실은 글31편을 ‘잎새소설’이라고 부른다.
‘장편(掌篇) 소설’ 또는 ‘엽편(葉篇) 소설’이라고도 불리는 콩트를 이렇듯 사랑스런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소설가로, 평론가로, 창작과비평사 기획실장으로 분주하게 살아온 그가 5년 만에 펴내는 작품집이다.
원고지 20매 안팎의 짤막한 잎새소설은 한순간 읽는이의 뒤통수를 치고 가슴을 날카롭게 후비기도 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하다가는,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저런 사람살이를 맛깔스럽게 양념해서 독자 앞에 차려놓는다.
갓난 아들을 위해 근사한 이름을 지어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철수’라는 이름을 내어놓는 시인, 늦은 밤 세들어 사는 집 담을 넘다가 방화범으로 몰린 소시민, 1억5,000만원짜리 복권보다 식탁 위 아귀 뱃속에 들어있는 생선 네 마리를 발견한 것이 횡재라고 생각하는 가장, 그들은 우리 이웃의 진솔한 모습이다.
김씨의 잎새소설은 고교 때 잡지에 발표했던 글부터 최근작까지, 시기적으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걸쳐있다.
학창시절의 글에서는 뜨거운 열정과 날선 비판이 땀 냄새처럼 훅 퍼지고, 80년대의 소설에는 소름 돋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야유가 가득하다.
최근 들어 작가는 주변을 따뜻하게 돌아보면서 인생을 보듬는 모습을 보여준다. 잎새소설이라는 형식은 작가에게 ‘시간의 파괴적인 힘, 소멸에 저항하는 삶의 놀라운 전략’이다.
김지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