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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민에 희망주는 경선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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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민에 희망주는 경선되기를

입력
2002.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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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기대와 우려 속에 기다려 왔던 민주당의 국민 참여 경선이 제주와 울산에서 실시됐다.후보 선출 과정에 정치 보스의 의사가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던 과거 우리 정치의 관행과 비교할 때, 당원과 대의원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참여를 통한 상향식 경선제의 도입은 매우 참신하고 획기적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각 지역별 선거인단의 50%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이번 경선 결과를 보면 당 조직이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실 이러한 점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선거인단의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으므로 기존의 당 조직이나 사조직을 통한 정치적 동원이나 회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나타난 금품 살포나 불공정 경쟁의 시비도 선거 운동이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제한된 수의 특정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제기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민주당의 경선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행사이므로 지구당 등 기존 당 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나쁘다고 할 수 만은 없다.

그러나 국민 참여 경선은 당 내부의 경쟁을 통해서 선출된 후보자를 전국적인 인물로 만들어 가는과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경선에서 각 후보는 당내 선거인단을 설득하여 당의 후보로 선출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국민에게도 새로운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사조직이나 당 조직에 의존한 선거운동은 자연히 금품 살포 등 과거의 관행을 좇을 개연성이 높고 그만큼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괴리가 생겨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제주 경선에서 선거인단으로 선발된 792명 가운데 15%인 117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충분히 크지 않은 규모의 선거인단 가운데 또 다시 15%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민주당의 의도와는 달리 일부에서는 이번 경선을 축제처럼 즐겁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것이기 때문이다.

경선이 본격화 했지만 사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얼굴 생김새나 이미지 이상으로 후보자간의 차별성을 구분하지 못한다.

조직 중심의 선거 운동에 더해, 정치 자금 폭로나 인신 비방 등 네거티브 캠페인을 경쟁적으로 펼쳐온 것이 국민들이 후보자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한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후보 입장에서 본다면 경쟁은 결국 제로섬적인 형태로 진행될수 밖에 없고, 따라서 자신의 승리를위해서는 마땅히 다른 후보를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각 후보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해 가는 절차이기도 하므로 그러한 후보자간 상호 견제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할 수만은 없다.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정책 대안 등과 같은 알맹이가 빠진 후보자간 상호 비판과 견제는, 경마나 경륜과 같은 일시적 즐거움은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해 내지는 못할 것이다.

어렵사리 도입된 국민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게 된다면 그것은 민주당뿐 아니라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앞으로 민주당의 경선은 후보자간 가열된 경쟁과 함께 더욱 큰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선 과정이 경마나 경륜과 다른점은, 누가 이기느냐 하는 것보다그 속에서 국민들이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치 실험의 성공적인 첫 출발을 축하하며, 보다 성숙된 경쟁을 기대한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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