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가토前간사장 비리의혹… 조기총선론 대두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혁을 부르짖어 온 일본 집권 자민당에 비리 의혹이 잇달아 터져 개혁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가 8일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던 대표적인 ‘개혁 리더’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의원의 비서 사토 사부로(佐藤三郞)씨를 탈세 혐의로 체포한 사건이 가토 의원의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의혹으로 커지고 있다.
검찰은 사토씨가 건설업자로부터 챙긴 공공사업 수주 알선비 2억 7,000만엔을 신고하지 않아 1억엔을 탈세한 혐의로 전격 체포하고 가토 의원 사무소를 압수 수색했다.
일본 언론은 10일 사토씨가 ‘미래의 총리’ ‘자민당 황태자’ 등으로 각광을 받아온 가토 의원의 위세를 내세우며 가토 의원의 정치자금을 모아 온 대리인으로 수사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가토 의원의 정치자금 스캔들은 그가 2000년 당시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불신임안 표결에 찬성하는 ‘가토의 반란’을 일으키는 등 자민당 개혁과 정치 개혁을 주창하는 개혁 리더로 꼽혀왔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크다.
일본 정가에서는 가토 의원이 최소한 ‘가토파’ 파벌 회장직을 사퇴하거나 국회 증인 신문을 피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11일에는 자민당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의원에 대한 국회 증인 신문이 열린다. 외무성의 정부개발원조(ODA) 관련 사업과 외무성 인사에 개입하고 사업 수주 업체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스즈키 의원의 의혹은 관료와 업자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역구를 관리하고 정치자금을 끌어모으는 전형적인 일본의 ‘족의원 행태’와 ‘정관 유착’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장 이권이 적다는 외무성을 파고든 ‘외무족’이 이럴 정도면 이권 부처의 족의원의 행태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0년 정치자금 보고서에서 가토 의원은 6억 2,810만엔, 스즈키 의원은 4억 4,350만엔을 공표한 자민당의 대표적 정치인들이다.
특히 가토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당 간사장과 함께 이른바 ‘YKK’로 불리우는 개혁파 정치 동지다.
그는 고이즈미 정권 발족 후 무파벌인 고이즈미 총리의 상담역을 맡으며 ‘포스트 고이즈미’를 노려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고이즈미 총리에게도 당내 지원세력이 약화되는 영향이 예상된다.
또 스즈키 의원은 고이즈미 총리 노선에 반대하고 있는 당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의 거물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자민당이 노선과 파벌에 관계없이 ‘금권 정치’의 온상이라는 뿌리깊은 이미지가 전혀 변하지 않은 셈이다. 자민당 내에는 가토, 스즈키 두 의원이 스스로 당을 떠나야 한다는 출당론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계속되는 디플레이션과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율 하락, 야당의 정권퇴진 공세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자민당 주변에서는 더 이상 악재가 쌓이기 전에 예산안이 통과된 후인 4월 또는 월드컵을 치른 뒤인 7월께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의석은 잃어도 야당이 4분5열돼 있어 정권은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다수 의석을 차지해도 고이즈미 총리를 대신할 총리감도 마땅치 않아 활력없는 자민당 정치에 당장 묘수는 없어 보인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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