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중재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이스라엘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집무실을 파괴하고 팔레스타인측은 총파업을 감행키로 하는 등 양측의 유혈 분쟁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이날 헬기를 동원, 가자시티의 아라파트 수반 집무실에 최소 35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건물을 완전 붕괴시켰다고 AP통신 등이 목격자를 인용, 보도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의 집무실에 억류돼 있어 무사했다. 9일에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예루살렘 관저 부근 카페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와 해변도시 네타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이스라엘인 14명과 팔레스타인인 3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부상했다.
지난 1주일간 양측의 충돌로 인한 사망자 수가 팔레스타인측에서 100명을 넘어 섰으며 이스라엘측에서도 30명에 달했다.
이 같은 유혈충돌 악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새 평화안에 대한 아랍권의 지지와,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키로 한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전환 등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기세 싸움의 성격을 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랍연맹 정상들은 27, 28일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이 점령지 철수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 아랍 22개국의 이스라엘과 동시 수교를 골자로 하는 사우디 평화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또 미 정부는 주내 파견할 앤터니 지니 중동 특사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9일 샤론 총리에게 아라파트 수반의 연금 해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19개월에 걸친 유혈분쟁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가 평화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10일 아흐메드 코레이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장을 만나는 등 화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샤론 총리는 "우리는 전쟁 중이며 테러가 있는 한 군사 작전을 멈출 수 없다"며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측도 동 예루살렘의 전면 반환이라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자살폭탄 테러 등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유혈 분쟁이 중재 노력으로 진정되리라는 기대는 성급하다. 과거 지니 특사가 두 차례 중동 지역을 순방했을 때에도 폭력 사태는 오히려 더욱 악화했다. 부시 대통령도 7일 “지니 특사의 재파견으로 평화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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