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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외국계 투자금융사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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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외국계 투자금융사 '두 얼굴'

입력
2002.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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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와 미국계 투자금융사 골드만삭스의 소송공방을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이후 국내 기업 구조조정에 깊숙이 간여해온 외국계 투자금융사의 역할이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IMF 이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외국계 자본유치 등을 통해 구조조정의 윤활유 역할을 했지만, 기업정보를 빼내 투자에 활용하는 등 ‘기업사냥꾼식’ 횡포를 부린다는 비판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투자금융사가 회생단계의 기업에게 날리는 부메랑은 미국식 투자패턴인 ‘본드메일(bond mail)’의 출현이란 점에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진로와 골드만삭스의 공방

㈜진로는 최근 골드만삭스가 1997년 경영컨설팅을 해주면서 취득한 내부정보를 활용해 채권 매입 등 적대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를 중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채권매수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진로측은 “골드만삭스가 본사의 경영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진로 및 계열사의 채권을 집중매입하고 있다”며 “이는 투자수익은 물론 경영권까지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로는 1997년 채권단 동의를 얻어 법원에서 화의를 인가 받은 상태로 실제 화의절차가 진행중인 기업에 대해 채권자는 출자전환 형태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로선 골드만삭스측이 진로 채권을 얼마나 매입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골드만삭스의 경영권장악 의도는 판단하기 이르다.

자산관리공사는 “골드만삭스가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1,700억원 대의 진로 및 계열사의 금융권 대출채권을 인수했지만 추후 매입여부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골드만삭스측은 “진로는 인가된 화의조건에 따라 채무를 상환해야 하며 예정된 채무상환을 불이행할 경우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진로의 가처분신청을 이유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IMF이후 매각한 부실채권의 부메랑

지난해 법정관리를 탈피한 신호스틸은 담보채권자인 모건스탠리와의 소송으로 정상기업으로 변신한 지금까지 분쟁에 휩싸여 있다.

신호스틸은 ‘법정관리 탈피 이후 채무상환 스케줄에 따라 2003년까지 채무를 상환했는데도 모건스탠리가 최근 3년치 채무상환을 요구하면서 매출채권 및 은행예금을 가압류하는 등 경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지난달 서울지법에 가압류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호스틸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에서 인수한 146억원의 채권을 200억원에 되사줄 것을 본사에 요구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법정관리 인가를 받은 고려산업개발도 인가과정에서 40%의 담보채권을 보유한 리만브라더스와 서버러스로부터 법정관리 계획안에 동의하는 대신, 채권을 높은 값으로 되사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남지역 주류제조업체인 ㈜무학도 계열사인 무학건설의 지급보증채무로 론스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론스타는 자산관리공사로부터 헐값에 매입한 무학건설 부실채권 102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이행하라며 무학을 압박해 협상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완벽한 부실처리 시스템 시급

외국계 투자금융사의 입장에서 보면 싼 가격에 부실채권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행위에 불과하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IMF이후 외국계 투자금융사들이 없었다면 기업ㆍ금융기관 부실이 신속히 처리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법정관리나 화의에 들어가 성공한 경우가 드문데 이 같은 문제는 죽은 기업이 살아났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다 신중한 부실채권 처리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증권연구원 김형태(金亨泰) 연구원은 “부실채권을 인수한 다음 출자전환이나 파산신청을 무기로 투자수익률 극대화를 노리는 것은 본드메일의 전형적인 형태”라며 “부실채권 처리과정에서부터 대상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본드메일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드메일(bond mail)

하천 수질은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에 따라 나뉜다. 상보유주식을 보다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경영권을 압박하는 그린메일과는 달리 보유채권을 매개로 기업을 공격하는 방법. 그린메일과 마찬가지로 채권의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지만 출자전환 등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기도 한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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