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북한을 ‘악의 축’의 한 멤버로 지목, 남북한이 2년간 힘겹게쌓아온 화해와 평화의 노력을 완전히 짓밟았다.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태도로 촉발된 한국민의 반미 감정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경주에서 김동성 선수가 미국의 오노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기면서 크게 악화했다.
1등으로 들어온 선수가 당연히 받아야 할 금메달을 불공정한 심판 때문에 미국 선수에게 빼앗긴 김동성은 바로 한국이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개그맨 제이 레노가 이를 ‘개고기’발언과 함께 희화함으로써 미국을 성토하던 한국의 여론에 기름을 들어부은 격이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행동들이 유럽 대륙에서도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크리스 패턴유럽연합(EU) 국제업무담당관은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선언을 거부했고, 위베르 베드랭 프랑스 외무장관은 부시의 발언을 ‘독단’이라며 “콜린파월 (미국) 국방장관이 어디 아픈 것이 아니냐”고 비아냥했다.
‘반미감정’이 증폭되고 있는 국가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일관성 없는 미국의 대외정책은 지구촌 곳곳에서 반대 압력에 직면해 있고, 반대세력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중동에서 미국이 행사하고 있는 정치적 행동과 정책으로 인해, 그리고 살얼음판 같은 중동의 정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에 유혈충돌로 번지면서 반미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갑자기 왜 ‘반미’의 물결이 지구촌에 흘러 넘칠까? 이유는 간단하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미국의 ‘악의 축’발언이 상업적인 이해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상업적 이해란 그 속성상 세계 평화의 진전과 양립할 수 없는 ‘군수산업의 로비’이다. 군수산업은 늘 국가간의 긴장과 전쟁에 의존한다. 평화 진전은 군수시장을 축소하고 위협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군수사업자들은 2000년6월 남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 그리고 이산가족의 상봉에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돼야 무기를 팔고, 자신들의 생존을 확보할 수 있다.
상업적 로비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한 경우는 또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위한 국제협약인 교토기후협약에서 보인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몇 달전에도 에너지 기업들의 로비에 밀려 이산화가스 배출량을 규제하자는 교토기후협약 수정안마저 인준하지 않았다.
상업적 로비는 이미 미국의 대외정책에 깊숙히 간여하고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에너지 관련 대기업인 ‘엔론’사의 파산을 계기로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도 그 로비에 연루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미국의 국내 정치 역시 경제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더 최근의 사례를 들자면 미국의 외국산 철강 수입규제 발표도 세계의 경제 질서에 대한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미국의 정치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보다 상업적 이해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과 관련, 극동 문제 전문가인 칼머 존슨 박사는 저팬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보다는 집에서 TV나 보며 프레첼을 먹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에릭 비데 프랑스인 홍익대 불문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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