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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삼성캐피탈 제진훈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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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삼성캐피탈 제진훈사장

입력
2002.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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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신용카드 새 지평 연 개척자삼성캐피탈 제진훈(諸振勳ㆍ55) 사장은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jejinhoon.pe.kr)까지 갖고 있는, 그야말로 ‘튀는’최고경영자(CEO)다.

‘끝없이 탐구하고 혁신하는, 늘 푸른 청년 제진훈.’ 홈페이지 첫머리에 등장하는 수식어답게 그의 생각은 언제나 젊고 발랄하다.

삼성그룹에서 첫손 꼽히는 ‘디지털 전도사’로서, ‘창조적 파괴경영’(그의 논문 제목이기도 함)의 주창자로서 쌓아 온 화려한 경력부터 그렇다.

지난해 8월 첨단 금융 분야인 온라인 뱅킹에 관한 연구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니 그 젊은 열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도를 더해가는 느낌이다.

‘늘 푸른 청년’제진훈의 진가가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삼성캐피탈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 환란의 여파로 할부금융 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에 몰렸던 당시 그는 정처 없이 표류하던 삼성캐피탈호의 항로를 바꿔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취임 후 5개월 만에 ‘생활자 금융’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시한 대출전용카드 ‘아하론 패스’가 전환점이다. 대출전용카드는 미리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카드를 발급받은 뒤, 그 범위 안에서 현금지급기를 통해 자유롭게 돈을 인출해 쓰도록 하는 카드.

‘지갑 속의 마이너스통장’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은행권의 마이너스 대출과 신용카드의 특징을 절묘하게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무담보 신용대출 상품이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 할부금융이 캐피탈 업계의 주력 사업이던 때라 사내에서조차 이 위험천만한 신용상품 도입에 대한 반대가 적지 않았다.

주위의 지인들도 “잘못되면 부실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제 사장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고, 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한 ‘아하론 패스’는 국내 캐피탈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출시 19개월 만에 가입자 300만 명, 대출액 4조원을 단숨에 돌파한 ‘아하론패스’의 대성공에 힘입어 삼성캐피탈은 퇴출 직전의 수렁에서 연매출 10조원, 순이익 1,500억원 규모의 업계 1위 우량업체로 발돋움했다.

요즘 캐피탈 업계는 물론 은행ㆍ보험ㆍ금고 등 전금융권이 대출전용카드 시장을 놓고 너나없이 치열한 영토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아하론 패스’하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제 사장은 상품을 단순히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한 가족처럼 감싸 안은 ‘가족주의’마케팅을 ‘아하론 패스’의 대표적인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이 상품을 출시한 뒤 독자적인 ‘신용갱생 프로그램’을 개발해 고객들의 신용관리에 나선 것이 좋은 예다.

신용갱생 프로그램은 연체자에게 무조건 가혹하게 빚 독촉을 하기보단 분할납부나 이자감면, 채권유예, 재취업 알선 등 다양한 형태로 고객의 신용도를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이 특징. 이 프로그램 덕분에 지금까지 파산상태 직전의 불량고객 6만여 명이 구제를 받았다.

제사장은“금융상품은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를 파는 것”이라며 “갱생프로그램을 통해 정상신용을 회복한 고객들로부터 감사편지를 받을 때 금융인으로서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삼성캐피탈이 금융권 최저 수준인 1% 미만의 무수익 여신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가족주의 경영 덕분이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에 대해 제 사장은 “금융기관들이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대출경쟁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실수요 생활자들을 위한 소매금융마저 위험시하면 안 된다”며 “철저한 신용관리프로그램을 토대로 만약의 부실을 예방하고, 고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위험에 대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금융기관들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삼성캐피탈은

1995년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된 삼성파이낸스㈜가 전신. 이듬해부터 할부금융과 팩토링 영업을 시작했으며 98년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등록하면서 삼성캐피탈로 상호를 전환했다.

주로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에 치중하다 제진훈 사장 취임 이후 대출전용카드 부문으로 주력사업을 바꾸면서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 왔다.

총 대출액이 99년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001년 10조원대로 4배나 뛰어 올랐고 자기자본수익률(ROE)은 6.7%에서 36%로 신장했다.

지난해 3월엔 국내 금융기관 중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자체신용으로 2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성공리에 발행한 데 이어 8월엔 일본 도쿄에서 2억3,000만 달러의 자산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등 국제적으로 신용도를 인정받았다.

올해부터 ▦할부금융 ▦일반대출 ▦대출전용카드(아하론 패스) ▦개인사업자 대출 등 4대 전략사업에 역량을 집중, 2005년까지 대출 30조원, 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제진훈사장은 누구

1947 경남 산청군 출생

1975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1974 삼성그룹 입사(제일모직)

1991 제일모직 이사대우

1993 제일모직 상무(경영지원실장)

1998 삼성물산 전무(전략기획실장)

1999 삼성캐피탈 대표이사

2001 숭실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상훈

1993 근로자의 날 공로상(국무총리 표창)

2001 한국경영생산성대상(대통령 표창)

2001 대한민국 인터넷 e-CEO상(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

▲취미

영화관람. 마니아 수준. 집에 초대형 PDP TV와 8개의 입체음향 스피커 등 소극장 수준의 홈시어터 시설을 완비해놓고 휴일마다 평균 10편 이상을 즐길 정도.

▲주량

두주불사. 대표이사 취임 후 직원 단합대회 때 혼자서 양주 7~8병을 마시며 200여명의 간부들을 KO시킨 전설적인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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