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일 각각 제주와 울산에서 치러진 민주당 국민참여경선의 결과를 뜯어 보면 경선에 영향을 미칠 2대 변수가 드러난다. 바로 지역정서에 따른 투표성향과 각 후보 진영의 동원에 의한 조직력의 차이다. 앞으로 남은 14개 시ㆍ도 지역 경선 결과도 이 두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정서 및 조직력의 위력
경남 김해 출신인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10일 울산 경선에서 1위를 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됐었다. 그러나 3,4위권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던 경북 울진 출신 김중권(金重權) 후보가 1위와 불과 17표 차이로 2위로 올라선 데서 영남정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김 후보의 약진으로 노 후보의 표가 잠식됐다는 영남 충돌현상이 지적되기도 한다. 부산과 대구, 경남북을 포함한 영남 지역의 선거인단 수는 전체 선거인단 6만8,250명의 4분의1이기 때문에 영남 표심의 향배는 최종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9일 제주지역 경선에서 한화갑(韓和甲) 후보가 이인제(李仁濟) 후보를 3표차로 따돌리고 1위를 한 것은 조직력의 승리라고 봐야 한다. 한 후보는 최근 5년 내리 제주도지부의 후원회장을 역임했고 이 지역 현역 의원을 계보원으로 뒀을 정도로 제주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가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은 ‘숨은 표’로 나타난 것이다. 나름대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인제 후보는 제주에서 2위, 울산에서 3위에 그쳐 지역정서와 당내 기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세론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 선두 혼전 구도 및 전망
제주, 울산의 선거결과를 종합하면 20%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노무현 후보(25.1%), 이인제 후보(23.4%) 김중권 후보(20.2%) 등 3명이다.
여기에 한화갑 후보가 17.3%로 바짝 뒤를 쫓고 있는데 1위에서 4위까지의 순차적 차이가 각각 2~3%포인트대로 근접해 있다. 이러한 구도가 4명 후보간 대혼전으로 전개될지, 아니면 2강2중 구도로 좁혀질지는 앞으로 몇 개 지역의 선거 결과를 더 열어봐야 알 것 같다.
여기에 종합 득표율 10.4%로 간신히 10%를 넘어선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앞으로 2강 3중 구도에 합류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16일 치러질 광주 경선은 호남지역의 첫 선거라는 점 때문에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지금까지는 호남 출신인 한화갑 후보의 호남 지역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울산에서의 지역정서 발현이 호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어떤 경우든 선두후보의 득표율이 3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은 2순위 득표수를 따져 과반수 득표자를 내는 선호투표제의 적용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와 울산의 선거인단 규모를 합쳐도 전체 선거인단 규모의 3.1%에 불과하고 경선이 진행될수록 동원력이 소진되고 지역정서에 대한 반감도 상승할 수 있어 두 곳의 선거결과를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울산=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