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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경선의 지역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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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경선의 지역감정

입력
200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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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니면 김중권(金重權) 고문이 나서야 사람들은 ‘민주당이 영남에서도 지지기반이 있구나, 전국정당이 되겠구나’ 생각을 할 것 아닙니까.”7일 민주당 울산 동구지구당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노무현(盧武鉉)후보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우렁찼다.

노 후보는 70여명의 대의원들을 상대로 “대선 본선에 나서 영남에서 30% 이상 표를 얻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영남후보론을 내세우며 지역 감정에 편승하겠다는 의도를 비쳤다.

이웃 경북 출신인 김중권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우리 당이 이기려면 영남에서 표를 많이 얻어야 하는데 그러면 누가 후보가 돼야 하는지 말 안 해도 알지 않느냐”며 지역 정서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영남 출신이 아닌 다른 후보들로부터 “우리가 나서면 동서화합이 안 되느냐” “더 이상 지역주의를 애용하지 말자”는 비판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이날 노ㆍ김 두 후보의 연설을 듣고 민주당 자신이 그토록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지역색’의 망령이 오히려 민주당 내부에서 되살아 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두 사람의 행태는 누가 봐도 정책이나 정치 노선으로 승부를 걸기 보다는 출신 지역의 감정과 정서에 기대 목적을 이뤄 보려는 안간힘이었다.

더구나 노 후보는 그 동안 ‘낡고 어두운 현실 정치 타파’를 주장하며 스스로 개혁 주자임을 자부해 왔다. 또 김 후보는 캐치프레이즈 자체가 ‘동서 화합’이다.

망국적 지역 감정의 구각(舊殼)을 깨고 진정한 정책ㆍ인물 경쟁을 펼칠 수는 없는 것일까..

울산에서

박정철 정치부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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