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아프간전을 지휘하고 있는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 등 군 수뇌부는 1일 미 펜타곤 회의실에 모여 아프간전 이후의 군사전략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이날 럼스펠드 장관은 “당초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군사외교 전략은 선택적 개입주의(SelectiveEngagement)였으나 9ㆍ11 테러를 계기로 본의 아니게 포괄적 개입주의(Comprehensive Engagement)로 변모해 버렸다”고 고백했다.
럼스펠드 장관의 말처럼 미국의 외교정책은 9ㆍ11 테러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당시 전임 클린턴 행정부가 펴온 방만한 개입주의를 지양할 것을 내세웠다.
소말리아와 코소보 등 전세계의 국지적 분쟁에 분별없이 개입함으로써 미군의 손실을 초래한 전략을수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미군이 전 세계에 너무 얇고 넓게 주둔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주요 거점 지역에만 병력을 강한 형태로 포진시키는 전략을 펴겠다는 방침을 채택했었다.
그러나 미 본토가 테러범들에게 공격당하는 전대미문의 참사를 겪고 아프간전에 개입하면서 이 같은 군사외교전략은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테러 피습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7일 아프간 공습을 시작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외교정책의 초점을 반테러연대 형성에 맞췄다.
부시 대통령은 개전 선언 연설에서 “이제 미국의 동맹국 여부는 테러분자의 편인지 아닌지로 구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동맹 관계를 반테러 동맹과 테러분자 그룹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그간 동맹국들의 눈치를 보느라 주저했던 국익 우선 외교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여나갔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폐기하고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유럽연합(EU)과 러시아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등을 목표로 한 테러전 확전을 추진 중이다.
부시 대통령은 마침내 연두교서에서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에 바탕한 팍스아메리카나’를 적나라하게 표명했다.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들 정권의 타도만이 미국의 안보를 담보할 수 있다는 선언은 9ㆍ11테러 이후 극단으로 치달아 온 미국 외교정책의 귀착점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5일 철강산업 보호를 이유로 외국산 철강에 대대적인 수입관세를 부과키로 함으로써 통상전쟁까지 불사했다.
그러나 국익만을 앞세운 부시 행정부의 이 같은 일방통행식 외교정책으로 인해 아프간전을 계기로 구축해 놓은 반테러 연대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세계질서를 바꾸어 놓은 미국의 대외전략은 앞으로 대 이라크 공격에 모아질 것이다.일부 우방과 러시아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동맹국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도 국제질서를 주도해 나갈 것임이 분명하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일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피랍 항공기 3대 충돌하고 다른 1대가 펜실베니아에 추락해 3,063명이 사망 또는 실종.
▽9월12일= 조지 W 부시미국 대통령, 테러사건을 ‘전쟁행위’로 규정.
9월15일= 부시 대통령,테러 용의자로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
▽9월24일= 빈 라덴, 알 자지라 방송 통해 '미군 십자군'에 대한성전 촉구.
▽10월5일= 미 플로리다AMI사 직원 탄저병으로 첫 사망, 탄저병 공포 확산
▽10월7일= 미국ㆍ영국합동군, 아프간 공습 개시.
▽11월13일= 북부동맹,탈레반 퇴각으로 수도 카불 입성.
▽11월25일= 마자르-이-샤리프인근 포로수용소에서 폭동,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1명과 탈레반계 포로 수백명 사망.
▽12월6일= 탈레반, 마지막거점도시 칸다하르를 양도하겠다고 최후 투항의사 표명.
▽12월22일= 아프간 과도정부출범. 다국적 평화유지군 선발대 카불 도착
●2002년
▽1월 10일=쿠바 관타나모미 해군기지에 알 카에다 포로 수용.
▽2월 21일=이슬람 과격단체에 납치된 월스트리트 저널 대니얼 펄 기자,피살 확인
▽3월 4일=미군 등 동맹군,아프간 동부에서 아나콘다 작전 개시.미군 7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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