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산 차원에서 부패 척결을 추진해온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검찰이 ‘킹 메이커’로 통하는 제2정당 골카르당의 당수 악바르탄중 국회의장을 구속하자 골카르 당이 연정 해체 및 반정부 투쟁을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은 7일 밤 식량조달청 공금 유용혐의를 받아 온 탄중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집행했다. 체포령은 메가와티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카르 당은 즉각 반발,연립정부 내 자파 소속 각료 5명의 철수와 메가와티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원 중단 등을 경고했다.
탄중 의장은 1999년 하비비 전대통령의 정무비서관으로 있을 때 식량조달청에서 빈민구제자금 400억 루피아(400만 달러)를 빼내 골카르당 정치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 해10월부터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탄중 의장은 99년 압두라흐만 와히드전 대통령의 집권에 기여했으나, 지난해 7월에는 도리어 그를 축출하고 메가와티 대통령 정권의 산파역을 자임해 인도네시아 정계의 영향력을 유지해온 인물. 현 정권에서도 지지기반이 취약한 메가와티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대신 각료직 지분을 얻어낸 권력자였다.
이 때문에 집권 민주투쟁당(PDIP)내에서는그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메가와티의 또 다른 권력 축인 학생운동권과 재야 등은 그를 과거 부패의 상징으로 지목하며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해 왔다.
메가와티 대통령이 탄중 의장을 구속한것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 시절 집권당으로 각종 부패를 저지른 골카르 당과 결별하는 대신, 개혁세력과의 연대를 선택한 정치적 도박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의회 500석 가운데120석을 차지하고 있는 골카르당이 함자 하즈 부통령이 이끄는 통일개발당(PPP), 군부 등과 연대해 본격적인 반정부 투쟁에 나설 경우 정국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메가와티가 이끌고 있는 집권 민주투쟁당(PDIP)은 최대 정당이긴 하나 153석으로 과반수에는 못 미치고있다. 또 남편 타우픽 의원의 부패 의혹도 메가와티 대통령의 약점으로 남아있다.
앞으로의 정국 추이에 따라 메가와티대통령은 안정적인 정권 운용으로 가느냐, 조기 퇴진하느냐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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