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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난자로 인간 배아복제'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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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난자로 인간 배아복제'논란

입력
200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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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성 훼손" "자궁이식해도 태아 안돼"8일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朴世泌)박사가 발표한 인간 배아복제는 소의 난자에 사람 체세포를 결합시킨 이종(異種)간 이식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미 같은 실험이 세계적으로 진행돼왔기 때문에 전문가 눈에는 놀랄 일이 아니다.

다만 규제와 허용을 제도화한 관련 법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왜 소의 난자인가

종교계는 소의 난자를 이용한 인간 배아복제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교잡”이라고 흥분했다. 그러나 연구자의 시각은 실용적이다.

박 소장은 “이종간 복제배아는 설사자궁에 이식돼도 태아로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복제’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복제생물학’지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반면 인간의 유전물질은 세포 핵에 99%가 담겨있어 이종간 복제배아라도 거부반응이 없는 자기 세포와 같다는 것.

박 소장은 또 “체세포 핵을 이식해 배반포까지 배양하는 도중 80%가 실패하는데 어떻게 인간 난자를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인간 난자를 실험용으로 남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소 난자는 구하기도 쉽다. 서울대수의대 황우석(黃禹錫) 교수는 “소, 돼지의 난자는 도축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소 난자는 복제 성공률이 돼지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 복제기술 어느 수준인가

외국에선 이미 1999년부터 이종간 배아복제가 이뤄졌다.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ACT사가 사람 다리의 체세포를 소의 난자에 넣어 8세포기까지 배양했다고 발표한 것이 처음.

일본, 중국도 2000년 비슷한 단계까지 이종간 핵이식에 성공했다. 국내에선 2000년 황우석 교수가 사람 귀세포를 소의 난자에 넣어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했다.

박 소장은 “연구를 조금 더 진전시키면만능세포로 불리는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나 배반포 단계에서 떼어낸 내부세포 덩어리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기술은 세계 과학계의 난제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즉 이번 연구가 크게 진전된 기술은 아니지만 줄기세포 생산으로 이어지는 필수적인 기초기술인 셈이다.

■ 예상되는 논란들

이종간 교잡이라는 점이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환석(金煥錫ㆍ국민대 사회학과교수) 소장은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하는 영국에서 조차 동물과 사람의세포를 뒤섞는 이종간 복제는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과기부 생명윤리 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도 이종간 교잡은 금지했다.

관계자들은 연구를 규제할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누가회 박상은(朴相恩) 생명윤리위원장은“조속히 생명윤리관련법을 제정, 복제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 이재영(李在永) 생명환경기술과장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실험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생명공학자와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률을 조속히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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