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일월드컵에 들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2시 성남 종합운동장에서는 올시즌 프로축구의 첫 문을 여는 수퍼컵이 열린다.지난해 프로축구 정규리그 우승팀 성남과 FA컵 우승팀 대전이 단판 승부로 벌이는이날 경기는 전력상 성남이 한 수위. 특히 브라질 용병 파울로, 올리베 등을 영입, 지난해보다 전력이 한층 강화된 성남은 최근 연봉협상 파동으로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대전보다 팀 분위기상 유리하다.
이를 의식한듯 대전의 이태호 감독은 “솔직히 시즌 첫 무대를 화려하게 열 자신이없다”며 말끝을 흐린다. 지난해 말 축구협회(FA)컵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구단의 무성의가 원망스러운 것이다.
지난주 처우개선과 관련한 선수들의 집단 훈련거부 파동을 간신히 수습한 이 감독은 수퍼컵에 대비키 위해 대전 한남대학교의 맨땅에서 어렵게 훈련을 이끌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최근 연봉협상을 동결한 선수들의 사기는 흙먼지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올해는 반드시 숙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근 구단측과 면담을 가졌던 이 감독은 현재 숙소로 사용하고있는 연립주택 전세금(2억7,000만원) 수준에서 새 숙소를 알아볼 수 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을 들었다.
경기에 나설 선수도 없다. 발목수술을 받은 이관우는 4월에나 출전이 가능하고공오균 한정국 등 대부분의 주전들이 부상으로 앓고 있다.
“(성)한수도 전남으로 팀을 옮겼고 (최)은성이도 대표로 차출돼 베스트 11 구성조차 어렵다”는 이 감독은 “FA컵 우승의 자신감만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푸념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최근 2~3년간 시즌 초반에 반짝 힘을 냈던 팀의 전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 팀 창단이래 두번째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겠냐는 것.
이에 대해 성남의 차경복 감독은 99년 대회 창설 이후 계속된 ‘정규리그 우승=수퍼컵 제패’의 전통을 이어 가겠다는 태도다.
신태용 박충균 김대의 박남열 등 주전의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지만 지난해 대전에 단 한차례도 패하지않았을 만큼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여겨지는 수퍼컵서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버금갈 만한 명승부가 일어날지 관심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