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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학파동- 공사판 두학교 표정 / "가르칠 학생이 없어요" "교실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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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학파동- 공사판 두학교 표정 / "가르칠 학생이 없어요" "교실이 없어요"

입력
200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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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학생이 없어요. 학교 문을 닫아야할 것 같아요.”8일 오전 일명 ‘기피학교’로 알려진 경기 의왕시 J고. 수업이 시작됐지만 1학년 교실(1~4반)에는 20명 안팎의 사복 차림 학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머리를 푹 숙인 채 엎드려 있었다.

절반 가량의 책걸상은 텅빈 채 남아 을씨년스런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여교사는 자율학습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듯 연신 교실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 학생없는 학교

이 학교 1학년 4반의 경우 교과서를 받은 학생은 2명, 교복을 입고 나온 학생도 4명에 불과했다.이모(35) 담임교사는 “교사로서 이렇게 슬펐던 적이 없었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모(17ㆍ3년)군은 “내가 왜 불량학생, 하류학생으로 낙인 찍혀 무시 받아야 하냐”며 입을 굳게 다물어 버렸다.

이 학교의 정원은 258명(신입생). 그러나 수도권 고교 재배정 파문의 직격탄을 맞아 배정된 학생들이떠나면서 153명 만이 등교하고 있다.

그나마 122명은 전학을 신청, 11일부터 이 학교에는 31명 만이 남게 된다.

한 학급 정원(35명)도채우지 못할 상황이다. 한 교사는 “90% 이상이 대학, 40%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데 잘못된 배정(원거리 통학)때문에 문을닫아야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교육현장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육당국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 계속되면서 학생을 채우지못해 상당수 학교들이 존폐 위기에 몰리고, ‘공사판 학교’에서 수업을 해야하는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다.

■ 학교는 공사판

같은 시각, 경기 부천시 상동택지 개발지구(95만평) 내 석촌중학교 별관. 이 별관은 당분간 중학생용이아니다. 올해 개교한 인근의 덕산고 교사 신축공사가 6월까지 계속됨에 따라 덕산고 신입생들이 사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덕산고 신입생은 6개반, 116명. 지난 6일 입학식은 치렀지만 석촌중 별관의 임시교실 마저 제대로갖춰지지 않아 입학식 후 곧바로 2박3일 일정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떠났다.

9일도 임시 휴무일로 지정, 11일부터 등교할 예정이지만 책걸상만 겨우 갖춘 임시교실에서 수업을 할 수 있을 지 교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음악교사 장 은(張 垠)씨는 “16년 교사 생활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정리가 안되고 어수선해 수업을 제대로 할 지 모르겠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무너진 교육현장은 수도권 뿐이 아니다. 올해 개교한 울산 동구 방어동 화엄고도 학생들이 교실없는학교에 배정되면서 등교거부 사태를 빚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와 학생 40여명은 8일 더부살이 수업을 받아야 할 화엄고 인근 화엄초등학교에서 “학교없는 곳에 학생들을 보낼 수 없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전교생378명 중 90명이 등교하지 않았다.

이경희(李京喜)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 당국이 아무런 계획없이 무리하게 교육행정을 편 결과”라며 “이로 인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교육에 대한 불신만 가중되고 있다”고 밝히고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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