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진 광주대생 김준배(당시 26ㆍ한총련 투쟁국장)씨의 결정적인 사인(死因)이 추락이 아닌 구타라는 일본 법의학자의 소견서가 나왔다.의문사 진상 규명위원회 관계자는 7일 “일본 법의학자에게 시신의 사진, 부검 감정서, 국내 법의학자의 소견서 등을 제출해 검증을 받은 결과 최근 ‘구타가 결정적인 사인’이라는 소견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규명위는 지난해 김씨가 아파트에서 추락했을 당시 밑에 있던 경찰들의 구타가 있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한 뒤, 추락과 구타 중 어떤 것이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측에 감정을 의뢰했었다.
이에 따라 규명위는 김씨의 사망을 ‘타살’로 잠정 결론 내리고, 조만간 의문사 확정 여부를 결정한 뒤 당시 검ㆍ경 관계자들을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정윤기(鄭倫基) 현 영월지청장을 상대로 규명위 소환요구에 불응한 데 대해 1,000만원의 과태료를 청구할 방침이다.
김씨는 97년 9월 광주 오치동 C아파트 후배의 집에 머물던 중 경찰이 포위해 오자, 아파트 외벽 케이블 선을 타고 달아나다 떨어지거나 뛰어내린 후 경찰의 구타를 받은 가운데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일본 법의학자는 소견서에서 “김씨가 아파트 13층에서 케이블 선을 타고 내려왔지만 3층과 4층 사이에 케이블 선이 한번 고정돼 있고, 고정된 밑에서 김씨의 손자국이 발견된 점으로 봐서 지상 4m 높이에서 한번 멈춘 뒤,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태권도 유단자인 김씨가 그 정도 높이에서 뛰어내린 것 때문에 사망했다는 것은 납득이 안가는 일”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찰 측은 “김씨의 양 손바닥이 타 들어간 것으로 보아서 케이블을 13층부터 잡고 내려오던 중 한번도 쉬지 않아 가속도가 생겨 추락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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