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약관 횡포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약관에 따라 제시하는 보험금은 법원 판결액에 비해 통상 적게는 10%, 많게는 30~40% 가량 낮은 수준.계약자가 보험사 제시액에 만족하지 않고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나서면 그때서야 보험금을 슬그머니높여주는 것 역시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7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999년4월6일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자동차보험 관련 피해구제 사례 663건 중39.7%(263건)가 보험금 과소지급에 대한 불만, 보험책임 범위와 한계 등 보험금 산정과 관련한 사안이었다.
이처럼 말썽이 많은 것은 법원 판결액에 비해 보험사가 제시하는 보험금이 현격히 낮기 때문.
소보원 조사 결과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의경우 최고 지급액이 보험사 약관은 2,800만~3,200만원에 불과하지만 법원은 5,000만원에 달했다.
무직자나 가사노동자, 농업종사자 등의월소득에 대해서도 보험사는 지난해 9월 현재 남녀 구분없이 79만9,750원을 인정한 반면, 법원은 남자의 경우 128만3,375원(여자는 85만7,750원)을 인정해주고 있다.
또한 보험사는 동승자의 유형에 따라 50%까지 보험액을 감액하고 있는 반면 법원은 동승자 감액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손해보험업계에는 보험청구인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할 경우 재심 과정을 거쳐 법원 판결예상액과 약관 지급액의 중간 선에서 보험금을 타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차피 소송이 진행되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중간선에서 합의를 하는 것이 양자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밖에 없는 실정. 최근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최모(42ㆍ여)씨는 “보험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약관을 들이대길래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소송을 하겠다는 제스처만 취해도 보험금이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소보원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약관 해석 등으로 매년 자동차보험 관련 분쟁이 늘고 있다”며 “보험금 지급기준을 판결금액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기간을 확대하는 등 약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