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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철강전쟁' 주무대는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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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철강전쟁' 주무대는 아시아

입력
200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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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로 미국 시장 뿐 아니라 EU와 아시아 시장으로 연쇄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철강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높아진 미국 수출장벽을 넘지 못한 철강 업체들이 틈새를 찾아 다른 시장에 몰려 출혈경쟁을 벌일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관련국과의 공조체제 강화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철강전쟁의 무대는

EU와 호주는 미국 수출길이 막힌 아시아와 러시아, 남미 등의 철강제품이 대량 유입될 것에 대비해벌써부터 미국처럼 세이프가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철강 소비국도 수입 철강의 범람으로 인한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연쇄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철강 전쟁이 확산될 경우 주 무대는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일본 한국 인도 대만 등 주요 국가의 연간 철강 소비량이 전세계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단일시장으로 최대 규모인 EU(18.7%)의 2배 수준이다. 중국만 하더라도 연간 1억4,100만톤(2000년)을 소비, 세계 시장의 18.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철강 수입량은 전체 소비량의 30%인 3,400만톤으로, 이 가운데 20%만 줄어든다해도 700만톤 가량의 세계 수출 물량이 당장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산업자원부 김경원 기초소재산업과장은 “업체나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수출 전반에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된다”며 “특히 철강제품 가격회복으로 교역여건이 호전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철강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포항제철 이병우 무역통상팀장은 “작년 6월 이후 업계 나름대로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각국이 보호장벽을 높이려 할 경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원인은 공급과잉

이번 철강 전쟁은 미국에 의해 촉발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세계 철강산업의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세계 철강 생산량은 조강(粗鋼) 기준으로 8억4,700만톤(2000년)인데 비해, 철강 소비량은 7억6,900만톤에 그치고 있다.

무려7,800만톤이 남아도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 동안 고위급 철강회의를 열어 2005년까지 1억300만~1억1,700만톤 규모의 시설감축에 합의한 상태다.

각국별로 경제성이 없는 과잉설비를 자발적으로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시설감축 협상에도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철강 전쟁의 확산에 대비해 중국 동남아 EU 등에 3월 중 실무자를 파견해 덤핑공세 등과 관련한 협조체제 강화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국내업체 "2차 구조조정 한파 오나"

미국의 철강에 대한 긴급수입관세 조치는 국내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설비과잉과 수요감소 등으로 고전해온 철강업계는 이미 12개사가 현재 관리종목에 편입돼 있고, 이중 상당수는 연내 상장폐지가예상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품목특화와 수출다변화로 활로를 찾으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의 조치를 계기로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화 작업은 5년에서 3년으로 당겨질 전망이다. 생산량의 30%이상을 수출해 세계적인 가격하락을 촉발한 일본의 경우 신일본제철과 NKK 가와사키 통합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EU는프랑스 유지노 등 3사가 합병에 합의한 상태이며, 미국 최대기업 US스틸은 4~5개사와 대규모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통폐합이 성공하면 조강생산량세계 1위의 포항제철은 4~5위권으로 밀려난다. 특히 철강 수요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수요처를 중심으로 업계가 통합하는 것은 포철의향후 성장성을 더욱 제약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는 “환란 이후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번 사태가 터진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추가 구조조정은 섣부르다는 반응이다.

연합철강은“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수출다변화로 시장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는 자동차용, 동부제강은 석도강판, 연합철강은 표면처리 고부가제품쪽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벌써 업체들은 최신 설비를 풀가동하지 못해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등 애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의 수입규제는 내수로 방어가 가능하지만, 중국 동남아로 파장이 확대되면 감산 등 2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는 지적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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