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옷을 가르키며)아 이렇게 옷을 입고 찍어야 한다잖아. 그러면 아들 낮추는 게 되서 영 하기 싫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우리 아들한테 전화를 해갖고는….” 충북 영동군 상촌면 산골에서 호두 농사를 짓고 있는 78세 김을분 할머니가 영화배우가 됐다.‘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데뷔한 이정향 감독의 두번째 영화 ‘집으로…’(4월15일 개봉)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김할머니는 지난해 4월부터 7개월간 혹독한 배우 수업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김할머니는 7세 손자를 8개월간 보살피는 말 못하는 할머니 역으로 표정과 몸짓으로만 할머니의 진한 정을 표현했다. 6일 첫 시사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동네 주민 50여명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배우 데뷔는 영화배경을 찾았던 감독이 김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서 그 자리에서 출연을 요청함으로써 이뤄졌다. 출연료는 3,000만원.
“자꾸만 똑 같은 장면을 다시 찍자고 해 부아가 났다”며 “나중에는 그래도 내가 나올 영화인데 잘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 할머니는 1남 2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영동에서 혼자 살고 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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