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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3김式 정치자금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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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3김式 정치자금 이제 그만

입력
200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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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근태 고문의 2000년 최고위원 경선자금 고백은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정당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이들 정당은 총재와 가신을 중심으로 소위 ‘오야붕·꼬붕’ 관계의 거대한 피라미드(patron-client pyramid)를 형성한 1인 지배체제였는바, 오야붕(권노갑)은 꼬붕(정동영, 김근태)에게 공천과 정치자금 등을 제공하는 대신 이들의 충성과 봉사를 요구하였다.

이번 고백사건이 말해 주듯이 이런 ‘3김식’ 정당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새로운 정당체제가 만들어질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을 보면 실망이 크다. 많은 정치인들은 김 고문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보고, “혼자만 깨끗한 체”한다며 그를 왕따시키고 있다.

더욱이 여야는 정치자금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 커녕 김 고문을 재물 삼아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인제 민주당 고문,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등의 정치자금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정치인들이 서로 남을 비난하는데 급급하고 자신의 과거 정치자금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이 눈앞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국민의 여망과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고문의 고백에 대한 정치권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의 고백을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계기로 정치가 깨끗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3김식’ 정치자금 모금과 지출의 관행에서 벗어난 투명한 정치자금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 김 고문의 홀로서기처럼 이제 정치인들이 3김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치의 투명성과 정치인의 자율성이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1997년 당시 여당(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처럼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제도 3김이후의 새로운 지도자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번 경선과정이 투명하지 않거나 블법자금을 동원한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 3김과 비슷한 정치가 이어질 것이다.

경선 후보들이 아직도 경선비용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약속만 할 뿐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3김처럼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경선 후보들은 온갖 ‘권력형 부패게이트’와 3김 정치에 시달린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면 새로운 정치적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야는 이제 ‘3김식’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현행 정치자금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돈이 적게 들어가는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고비용정치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행 중앙당·지구당 사무국 체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원내중심의 중앙당과 비상설 협의체 형태의 지구당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수입과 지출의 내역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 특히 익명후원금제도를 철폐하고, 선관위에 등록된 금융기관 계좌를 통해 수입과 지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정당에 대한 현행 국고보조금은 당 총재가 마음대로 사용해도 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제왕적 총재와 사당화를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정당 대신 국회의원과 공직자 후보에게 국고보조를 함으로써 정치인들이 정당 보스에게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나 공직 후보 경선에 참가하는 후보자들도 합법적으로 선거 또는 경선 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또 정치자금 모금의 원칙으로 소액다수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재벌이나 이익집단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댈 경우 이들의 포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법인이나 단체의 후원금 상한액을 줄이고, 정치인들이 유권자로부터 소액의 후원금을 많이 모금하도록 이 금액에 상응하는 국고보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정치자금제도가 현실성이 있도록 정치자금 모금의 상한선을 높이는 대신 정치자금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용호·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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