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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영화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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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영화의 거리

입력
200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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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배우와 감독의 이름을 줄줄 외우는 ‘할리우드 키드’가 아니었어도 좋다.휴일 이른 아침 늦잠의 유혹을 떨치고 ‘벤허’를 조조할인으로 보기위해 단성사 앞에 줄을 섰던 적이 있다면, 또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본 뒤 친구와 영화이야기에 취해 걷다가 어느새 종로에 도달한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지금 걷고 있는 ‘영화의 거리’의 길동무가 될수 있다.

이 길은 서울 중구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시작 스카라-명보-서울시네마-단성사로 이어지는 약 1.9㎞길이다.

■옛영광을 찾을 수 없는 대한극장

1955년 미국 20세기폭스사의 설계로 지어진 대한극장은 70~80년대 국대 유일의 70㎜대형 스크린과 웅장한 음향시스템을 갖춘 최고의 극장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당대의 대작과 화제작은 대부분 이곳에서 개봉했다. 그래서 충무로 영화판에서는 “대한극장에 영화를 걸려면 돈을 ‘007가방’하나 정도 준비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런 대한극장도 강남에서 번지기 시작한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또 하나의 멀티플렉스’(8개상영관,2,700여석)로 변신했다.

패스트푸드점을 입주시킨 화려하지만 개성은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다. 효율과 편의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영광과 전통의 흔적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은 이런 변신이 왠지 서글퍼진다.

■과거에 머문스카라ㆍ발빠른 변신 명보

대한극장에서 돈화문길을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스카라 극장이 있다. 별로 달라진 것 없는 모습에서 반가움과 함께 쓸쓸함을 느낀다.

왕년 수도극장으로 불리던 시절 이곳에서 ‘제3의 사나이’를 보던 박인환 시인이 상영도중 벌떡 일어나 당대 유명 문학평론가 백철에게 “영화를 알아야 평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는 일화를 간직한 곳이다.

그 곳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가면 명보프라자를 만날 수 있다. 90년대 초 멀티플렉스로 발빠르게 변신, ‘충무로의 영광’을 외롭게 지켜오던 곳이다.

■영화 공장서울 시네마

이제 돈화문길을 따라 꽤 걸어야 한다. 영화를 본 감흥이 남아있다면 그리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2년 전 서울시가 이 길을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한다고 요란하게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영화가 영화일 뿐이듯 관청의 발표는 발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도 걷기 불편한 길이다. 좁은 보도에 놓인 노점과 쌓인 짐들을 요리조리 피하다 보면 서울시네마가 나온다.

7개 상영관에 무려 4,100명이 동시에 관람을 할 수 있는 문자 그대로 ‘영화 공장’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어디서 상영하는지 모르겠으면 일단 이곳으로 오라. 대개의 경우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북적거리는 불편함은 참아야겠지만.

■변신을 준비중인 단성사ㆍ피카디리

피카디리 극장 옆 ‘CCI’를 기억하는가? 이니셜 그대로 커피와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영화를 같이 볼 애인을 기다리는 곳이다.

극장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2층에서 영화 ‘접속’의 한장면을 촬영했다. 단성사 옆 중국집은 어떤가? 영화 개봉날 들리면 스타들이 자장면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추억이됐다. 한국 영화사의 산증인인 두 곳이 모두 멀티플렉스로 변신하기 위해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피카디리극장은 지하 1층과 지상2층에 모두 11개관의 영화관과 쇼핑ㆍ오락시설들이 들어서는 9층 대형건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2003년 하반기 완공예정. 수많은 영화인들의 ‘애절한’헌사 속에 지난해 말 철거된 단성사 역시 2003년 여름께 지하5층 지상12층에 11개관을 갖춘 ‘시네시티 단성사’로 탈바꿈한다.

총 수용인원이 무려 4,200명. 과거를 부정한(?) 대한극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박서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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