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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Biz / 장사란 사람을 얻고자 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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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Biz / 장사란 사람을 얻고자 하는것

입력
200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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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스유엔 지음ㆍ김태성 등 옮김 /더난출판 발행/1만 8,000원MBC TV 사극 ‘상도’(商道)를 보면 주인공인 임상옥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장사는 돈을 얻고자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 후기 사람이었던 임상옥(林尙沃ㆍ1779~1855)이 요즘 유행하는 인재ㆍ인맥ㆍ고객 관리 중심의 경영원칙을 일찌감치 간파한 셈이다.

그리고 이 혜안은 상성(商聖)이라 불린 19세기 중국 최대의 거상 호설암(胡雪巖ㆍ1823~?)의 가장 큰 무기이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간된 ‘상경’(商經)은 인간 중심의 경영전략이라는 관점에서 호설암의 성공비결을 파헤친 책이다.

일개 전장(錢莊ㆍ은행)의 점원으로 출발해 항저우(杭州) 지방에 26개 전장과 찻집, 비단 점포, 약방의 체인을 거느리기까지 그의 성공 배경에는 인간을 돈보다 귀하게 여겼던 경영전략이 있었음을 지적한 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장 수금원 당시 백수건달 왕유령(王有齡)에게 자기 돈도 아니었던 은자 500냥을 선뜻 빌려준 사건.

이후 출세가도를 달린 왕유령이 호설암에게 군량미와 병기 등의 군납권을 부여함으로써 호설암은 본격적인 상인의 길을 걷게 된다.

“돈의 쓰임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기회와 인물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호설암의 경영철학이 멋있게 성공한 사례이다.

저자 스유엔(史源)은 이밖에 늘 정장을 입고 정중히 손님을 맞이한 호설암의 겸손함,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밤에라도 고객의 집을 찾아가 용서를 빈 성실함 등이야말로 현대 경영인이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거기 비하면 홍보 중심의 마케팅 감각, 권력의 힘을 활용한 정치 감각 등은 웬만한 상인이라면 가질 수 있는 수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래서 호설암은 근대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가 루쉰(魯迅)으로부터 ‘봉건사회의 마지막 위대한 상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19세기 후반 중국을 휩쓸었던 태평천국의 난과 양무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뒷심은 바로 ‘인간 중심의 경영’이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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