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담보대출도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금리와 한도를 차등화하라는 금융감독당국의 요구에 대해 은행권이 “과도한 가격규제”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금융감독원은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면 결국 차주(借主)의 신용능력에 의존할 수 밖에없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권은 “담보를 잡는다는 것은 곧 신용등급을 묻지 않는다는 뜻인데, 금리를 차등적용하라는 것은 감독당국의 편의적인 정책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 관계자들을 소집, 신용대출에만 적용하고 있는 개인신용평점시스템(CSS)을 담보대출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경우 똑 같은 주택 담보물을 제공했더라도 돈을 빌리는 사람의 종합적인 신용평가에 따라 대출금액과 대출금리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금감원이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부실→은행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
금감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00년말 46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1월 73조3,000억원으로급증했다.
은행권 대출경쟁이 올들어 더욱 치열해진 점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은 1년사이 2배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시세의 60% 정도 대출해주던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평균 80%수준으로 급상승했다”며 “개인신용도에 따른 리스크 프레미엄(위험가중치)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산가치가 담보가치 이하로 급락하면 결국 관건은 차주의 신용능력”이라며 “개인신용 평가가 없는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이 서민들의 집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같은 지역, 같은 아파트를 똑같이 담보로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신용등급이 2~3등급 차이가 난다고 해서 누구는 5%에 1억원을 대출해주고 누구는 7%에 8,000만원 대출해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이고, 대출한도를 전반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지만, 금리 차등적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관계자는 “담보대출이라 하더라도 신용을 종합평가해 차별화하는 것이 원론적으로는 바람직하다”면서 “그러나 당국이 은행의 고유 권한인 가격문제에 까지 대놓고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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