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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헬기 피격…아프간판 '블랙포크다운·라이언 일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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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헬기 피격…아프간판 '블랙포크다운·라이언 일병 구하기'

입력
200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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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대대적인 공습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투 사상 최대의 전사자를 낸 4일의 미군 특수부대원 참사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미 언론들은 기지로 귀환한 구조대원들의 말과 현장을 낱낱이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무인정찰기 프레데터의 화상분석을 종합해 당일의 격전상황을 시간대별로 전하고 있다.

미군 지휘부는 프레데터를 통해 헬기에서 떨어진 미군 장교가 알 카이다 게릴라에 잡혀 처형당하는 장면과, 추락한 헬기에 탑승했던 미군들이 6게릴라 저격병에 의해 조준사격을 당하는 모습을 낱낱이 보고 있었다.

미 언론들은 이번 전투가 아프간판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블랙 호크 다운’의 합성판이라고 보도하며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고 임무수행에 나선 특수부대원들을 현대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해 당일 전투 현장을 재구성했다.

◆ 첫번째 전투

온천지가 아직도 칠흑 같은 어둠으로 둘러싸인 4일 새벽 3시 해발 3,000㎙가 넘는 아프간 동남부 샤히코트 산악지대.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을 실은 2대의 MH-47 치누크 헬기가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착륙 지점을 찾기 위해 낮게 선회했다.

수송용 헬기인 치누크는 이날 이 일대에 재집결한 알 카에다 잔당을 섬멸하기 위한 네이비실 요원들을 수송하는 임무였다.

야간투시경을 통해 착륙하기에 적당한 분지를 확인한 헬기 조종사가 막 동체를 착륙시킨 순간 매복해있던 알 카에다 게릴라들의 로켓포와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불의의 공격에 헬기 조종사는 급히 헬기를 이륙시켜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몇 마일 떨어진 지점에 착륙해 동체이상 유무를 점검하던 요원들은 닐 로버츠 하사가 낙오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이 시간 사령부에서는 지휘관들이 프레데터로부터 전송돼 온 비디오를 통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헬기가 급히 이륙하는 과정에서 땅으로 추락한 로버츠 하사가 알 카에다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다니다 이들의 총에 처참하게 처형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현지에서는 현장회의 끝에 ‘로버츠 하사 구하기 작전’을 펴기로 결정했다. 무모한 작전이라는 이견도 있었으나“전사자의 사체라도 반드시 되찾아 오는 게 미군의 전통”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상대적으로 기체 손상이 덜한 헬기 1대가 다시 현장으로 날아갔고 사령부에서도 급파한 30여 명의 기동타격대도 작전을 도왔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구조반 앞에는 온몸이 벌집이 돼 숨진 로버츠 하사의 시신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 두번째 전투

이로부터 3시간 반 후인 새벽 6시 반. 로버츠 하사가 숨진 장소에서 수 마일 떨어진 또 다른 계곡에 2대의 치누크 헬기가 나타났다.

이 헬기들에도 역시 산악전투에 투입될 네이비실 대원들이 탑승해 있었다. 1대가 착륙해 요원들을 내려놓고 이륙하고 나머지 1대가 막 착륙하려는 순간 갑자기 사방에서 굉음과 함께 로켓포와 기총소사가 소나기처럼 날아들었다. 이 바람에 이 헬기는 거의 충돌하다시피 불시착하며 대파됐다.

이때부터 양측 간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으나 몸을 숨긴 채 조준사격을 펴는 알 카에다 게릴라들에게 천하무적이라는 네이비실 대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바위와 숲속에서 마치 저격병처럼 겨누어 쏘는 총에 맞아 추락 헬기에서 빠져나오던 요원 6명과 조종사 1명이 차례로 숨져갔다. 본부의한 지휘관은 “헬기가 알 카에다의 공격을 받고 추락하자 대원들이 MH-47 치누크 헬기에서 빠져 나오고 게릴라들이 요원을 하나씩 쓰러뜨리고 있는 장면을 프레데터를 통해 보았다”고 전했다.

나머지 요원들이 헬기 동체를 방패 삼아 치열하게 맞섰으나 지형지물에 익숙한 알 카에다 게릴라들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수부대원들은역공을 포기한 채 구조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방어전을 펴는 수밖에 없었다. 날이 밝고 무려 12시간이 지난 뒤에야 구조헬기가 도착했으나 이미 7명의 병사가 숨진 후였다.

구조대원들은 철야 전투 과정에서 중경상을 입은 11명의 병사와 7명의 시신을 싣고 현장을 벗어났다. 악몽 같은 전투는 말 그대로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의 재판이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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