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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난 매일 54kg의 자원을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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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난 매일 54kg의 자원을 소비한다

입력
200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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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존 라이언 등 지음ㆍ고문영 옮김/그물코 발행ㆍ8,000원당신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출근하기 위해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은 뒤 자동차를 탄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한다. 점심 때 패스트푸드 매장에 가서 햄버거와 감자 튀김, 콜라를 주문한다.

반나절 동안 당신이 사용한 일상용품 때문에 지구는 고통스럽다. 한국인은 매일 1인당 1㎏의 쓰레기를 버린다. 그리고 매일 1인당 54㎏의 자원을 소비한다.

날마다 평균 몸무게 정도의 재화를 쓰는 셈이다. 여기에다 세계 인구 수십억을 곱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존 라이언과 앨런 테인 더닝이 1997년 펴낸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원제는 잡동사니를 뜻하는 ‘Stuff’이다)는 평범한 한 사람의 하루 이야기다.

그 하룻동안 일상용품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지구를 괴롭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다.

구보씨가 아침에 일어나 갈아 마신 원두커피 한 잔은 식물과 새들의 보금자리인 콜롬비아 원시림을 파괴해 얻어졌다.

구보씨가 커피에 넣은 크림은 초원에 방목된 젖소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젖소들이 시냇물을 건너 다니는 바람에 물이 따뜻해지고 진흙이 많아져 물고기가 살기 힘들어졌다.

구보씨는 또 자신이 마신 커피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물을 들여서 컵을 닦았다.

구보씨가 신은 신발은 강 상류에 있는 무두질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공장에서 나온 중금속이 강을 오염시켰다.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오염물질 덩어리다.

구보씨의 컴퓨터에 내장된 칩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무게의 4,000배에 달하는 쓰레기가 나온다. 간단한 점심식사 메뉴인 햄버거용 쇠고기 패티는 목장에서 길러낸 송아지로부터 얻은 것이다.

대규모 목장은 그곳 초지를 파괴했고 주변의 하천을 오염시켰다. 모양을 고르게 하기 위해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고, 지하수와 시냇물을 더럽힌 뒤에야 예쁜 감자튀김을 만들 수 있었다.

콜라가 담긴 캔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되며, 그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소비해야 한다.

구보씨의 하루는 경악스럽다. 농담과 에피소드, 그리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대안 등을 집어넣어 아기자기하게 책을 꾸몄지만, 어찌나 섬뜩한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지구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지은이들이 신발을 14켤레나 갖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우리별의 앞날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을 듯 싶어 우울해진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지은 책의 주인공 이름이 ‘구보씨’라니? 구보씨는 우리 소설가 박태원이1 934년에 발표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주인공이다.

역자는 한국인의 실제 소비 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책의 배경을 한국으로 바꾸었다.

1인당 평균 커피 소비량, 재활용지의 비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거의 모두 한국 자료로 대체했으며, 국내 유통되는 상품의 실제 생산지를 조사해 내용을 재구성했다. 그 노력도 반갑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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