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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철도 단계적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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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철도 단계적 민영화

입력
200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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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이 타결된 후 철도의 단계적 민영화론이 제기되고 있다. 노사 합의문에 ‘철도 민영화에 노력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가면서 철도를 민영화하자는 데에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그 시기와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단계적 민영화론은 철도 산업이 이해 당사자가 많고 복잡하게 얽혀있으므로 우선 공사화를 하고 이후 완전 민영화하자는 것이다.

단계적 민영화론은 주로 정부와 정계에서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학계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철도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면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므로 공사화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영화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산매각등 급진적 방법 위험 공기업 전환후 주식매각 바람직

★ 찬성 / 양근율ㆍ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철도 파업이 타결되면서 철도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다.

철도 민영화의 배경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현재의 철도 경영 체제로는 공공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정부 부처의 역할과 철도 운수업의 경영자로서의 역할 구분이 불명확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현재의 정부 운영체제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재정적으로는 경영 자립을 실현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으므로 민간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철도 사업을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남은 것은 철도 민영화의 시기와 방법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철도 산업 발전 및 구조 개혁에 관한 법률안’은 철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을 보면 철도 시설은 여전히 국가가 소유하게 되고 철도 시설의 건설ㆍ관리 업무를 위해 철도 시설 공단을 설립, 민간이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전액 출자하는 철도 회사를 우선 설립하고 단계적으로 주식 매각을 통해 완전 민영화하게 돼 있다. 요즘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단계적 민영화론이다.

단계적 민영화론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이들은 철도청을 공기업 형태를 거치지 않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즉각적인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도청을 공사 형태로 운영하게 되면 ‘정부투자기관 관리 기본법’을 적용 받게 되며, 민간 운수 회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사 체제는 경영 자율성 측면에서 현 정부 운영 체제에 비해 개선 효과가 별로 없고 따라서 경영진의 경영 개선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주장은 실현적인 어려움이 있다. 즉각적인 자산 매각 등을 통한 민영화는 경영 독립을 위한 가장 급진적인 방법이며 현실적으로 정부 소유 형태에서 바로 민간 소유형태로 전환된 사례가 없다.

또 철도 구조개혁의 목적이 철도 산업의 경쟁력 회복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지향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경영의 자율성을 갖는 것이 소유권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또 철도가 국민 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너무 급격한 체제 변화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구조개혁을 통한 여러 가지 법ㆍ제도 정비를 통해 철도 산업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회복될 때 소유권 이전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 독일 등의 철도 민영화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정부 출자의 주식회사 설립 후 주식 매각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철도청을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기업으로 전환한 후 단계적으로 주식 매각을 통해 민영화하고자 하는 정부 방안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서도 철도 산업의 경쟁력 회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公社화 방안 실효성 떨어져 민영화 늦출수록 고통만 가중

★ 반대 / 서선덕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

철도 구조 개혁이 철도 파업을 계기로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파업 타결 이후 철도 민영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에서 제기하는 민영화 부작용에 대해 신경 쓰는 분위기다.

혹자는 철도 산업을 곧바로 민영화하면 부작용이 나타나므로 현재의 철도 산업을 우선 공사화하고,적절한 시기에 완전 민영화하자고 주장한다.

이른바 ‘단계적 민영화’론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철도 구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곧바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혹자는 철도 민영화가 되더라도 철도 산업은 여전히 독점 상태가 유지되므로 현재의 공기업 체제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민간에 의한 독점 운영이므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철도 구조개혁 기본법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은 철도 내의 경쟁보다도 도로 대 철도같이 교통수단 간의 경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철도 내부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노선의 민간 위탁 운영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논리도 현재의 철도 구조 개혁을 반박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공사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 정권에서 이미 2차례나 공사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지적하고자 한다.

현재 민영화 방안은 철도 운영은 민영화하고 철도시설의 건설ㆍ유지ㆍ.보수는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철도를 운영하는 민간 회사가 부담해야 할 막대한 재정 부담을 덜어주어 도로와 공정한 상태에서 경쟁을 하여 양질의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반면에 공사화는 현재의 철도청처럼 시설과 운영을 통합하는 방안이며, 실효성이 민영화보다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단계적 민영화는 공사화하고 나서 추후 민영화하거나 아니면 민영화 시기를 늦추는 방안으로 이해된다.

여기에는 비수익 노선을 갑자기 없애면 공공성이 훼손되고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현실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개혁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고통을 피하면서 개혁을 완수하는 묘안은 없다. 민영화 연기론은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우리 사회가 그간 시기를 놓쳐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던 사례를 굳이 열거하지 않겠다.

지금 단계에선 민영화를 미루지 말고 곧바로 시행하는 동시에 민영화에 따르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자면 철도 구조개혁 기본법이 시급히 정립되어 책임지고 구조개혁을 추진할 조직이 정비가 되어야 한다.

철도 구조개혁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철도 활성화에 꼭 필요한 조치이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그치고 조속히 원칙을 제도화하자.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지혜를 모으는 것이야말로 경제적이고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교통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첩경이다.

현 누적 부채 8조원 규모 "정부 합리적 경영 불가능"

■민영화 추진 왜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운영하는 현재의 철도산업 체제로는 합리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철도 관련 누적 부채는 현재 8조4,000억원 규모이며 2004년에는 13조원, 2020년에는 28조원까지 급증해 철도산업이 파산상태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 우선시되고 민간 기업에 비해 경영마인드가 떨어지는 현재의 정부 운영 체제가 적자 누적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민간기업에게 철도운영을 넘겨 수익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이번 노사 합의문에 “철도가 국가 주요 공공교통수단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향후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을 놓고 노초측이 민영화 방침 원칙에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지만 철도 민영화는 고용 안정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철도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철도 노조측은 철도를 민영화하면 적자 노선이 폐지돼 공공성이 훼손되며 요금 인상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의 오건호 정책부장(사회학 박사)은 “철도산업이 지금은 적자 투성이지만 시베리아 철도와 연계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으며, 이런 가능성을 무시하고 철도 산업을 국내 혹은 해외 자본에 매각하면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며 “영국에서 철도 민영화 이후 민간 철도 업자가 수익성에 치중해 철도시설이 황폐화했고, 최근 국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2004년까지 고속철도 운영 인력 3,000명이 추가로 필요해 고용 불안은 없을 것”이라며 “민영화자체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민영화의 구체적인 내용과 전략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영국은 운영과 시설관리까지 같은 회사에 넘겼다가 과다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 것”이라며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독일, 스페인 등은 민영화에 성공했으며 정부 방침은 이들 국가의 철도 민영화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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