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3일 필라델피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후보수락 연설에서 “미국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주의의 보호를 위해 보유한 힘을 구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그로부터 17개월 후인 5일 부시는 미 통상법 201조를 발동해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부과방침을 발표했다.
자신이 국내외에 천명했던 자유무역주의를 정면으로 번복한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철강산업과 철강노조를 제외하고는 미국 내 여론도 부시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우세하다.
부시가 국내외적반발을 무릅쓰고 이 같은 모험을 택한 것은 정치적 이해가 큰 이유가 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간신히 대권을 거머쥔 부시로서는 차기 대선 승리가 최대의 지상목표일 수 밖에 없다.
제철소가 몰려있는 펜실베니아주나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지난 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민주당에 패한 곳이었다.
부시가 정치적 이익과 국익을 위해서 ‘마이 웨이’를 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취임 이후 동맹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토기후협약 탈퇴,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거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파기와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 등을 파죽지세로 밀어붙였다.
또 9ㆍ11 테러 이후에는 동맹국의 개념을 테러 지원 여부로 단순화했다.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국가나 집단은 모조리 ‘악의 집단’으로 간주했다.
구소련이 분열된 이후 유일 슈퍼파워로 부상한 미국과 브레이크 없는 부시의 진면목을 이번 조치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를 지켜보는 전세계의 이목은 착잡하다.
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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