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진정한 비전을 보여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진정한 비전을 보여라

입력
2002.03.07 00:00
0 0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2011 비전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비전 2011 프로젝트’라 이름붙여진 이 연구프로젝트는 재정경제부 주도 아래 16개분야의 경제전문가 290여명과 정부각 부처 공무원이 공동으로 작성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전례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한국경제에 대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비전 2011’에 정말 비전이 있는 것인가?

KDI 프로젝트 '비전2011'

보고서는 2011년 한국경제의 비전을‘열린 세상, 유연한 경제’로 요약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과제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시장경제 구축, 지식정보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는 인프라확충, 경제수준에 맞는 삶의 질 향상,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지로의 도약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 실현과 과제수행을 위한 정책수립의 원칙으로 전방위적 개방화, 법치주의 확립, 분권화, 전문화를 들고 있다.

요약하면 유연한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지식기반경제에 걸맞는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여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으로 도약하자는 게 ‘비전 2011’의 비전이라 하겠다.

여기에서는 ‘시장’, ‘경쟁’, ‘유연성’, ‘성장’ 등이 핵심어로 등장하고 있다.

복지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살짝 덧붙여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 ‘연대’, ‘공평성’, ‘생태’ 등의 용어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정부’가 집권 초기에 내세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란 국정 기조에서 민주주의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현 정부 중반기에 자랑스럽게 내놓은 ‘생산적 복지’도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21세기 초 현시점의 인류의 삶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비추어볼 때, 시장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역사의 대세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구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실패의 경험이 보여주 듯, 시장을 무시하면 반드시 그시장의 보복을 받게된다.

또한 시장이 생산시스템을 비롯한 조직의 혁신을 자극하는 가장 확실한 메카니즘이란 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불안정성과 불공평성이란 내재적 모순을 안고 있고 이것이 격화하면 파국적 경제위기와 사회의 양극화가 초래된다.

이에 따른 사회의 혼란과 갈등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비효율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이런 까닭에 시장경제에서는 이러한 모순의 증폭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사회안전망이 제도적 장치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

주요 선진시장경제에서 그 동안 ‘사회적 시장경제’,‘민주적 시장경제’, ‘복지자본주의’, ‘경제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등을 지향해 온 것은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이다.

시장ㆍ성장 지상주의 한계

그러나 ‘비전 2011년’에는 이러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란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시장만능주의, 성장지상주의에 빠져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장을 과신하면 시장의 재앙을 당하고, 성장에 집착하면 자연의 보복을 받게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그 대신 이미 그 한계가 드러난 미국발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미련 없이 알몸으로 합류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금융시장을 자유화하며 교육과 복지에 시장메카니즘을 도입하려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 ‘비전 2011’의 비전인 것이다.

여기서는 사회ㆍ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비전을 발견할 수 없다.

이러한 비전에 따라 나아갔을 때 과연 2011년의 한국경제는 어떠할까?

동북아의 중심으로 우뚝서 있을까 아니면 심각한 경제위기와 사회혼란, 그리고 생태위기 속에 헤매고 있을까?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비전 2011’에 참으로 비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김 형 기ㆍ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