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면서도 어린이 시간대에 편성해 방영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KBS1은 4일부터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오후 5시 15분에 방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의 5분짜리 애니메이션.
중견가수의 콘서트에 찾아온 중년부부가 고단한 삶을 털어놓고, 아버지의 낡아빠진 양복을 본 꼬마는 한푼 두푼 돈을 모으고, 어려운 산골 살림에 아픈 누이는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라면을 든다.
원래 이 애니메이션은 KBS2에서 황금시간대인 오후 7시45분에 방송됐으나 슬그머니 시간대를 바꿨다.
‘TV동화…’의 시청률(2001년 12월 평균, AC닐슨 집계)이 10대, 20대에서는 1% 안팎에 불과하지만 50대에서는 3~4배인 3.6%(남성) 4.2%(여성)로 뛰어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대와 시청자층의 간격이 너무 크다.
재방송은 밤 12시50분에나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KBS 게시판에는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인간극장(KBS1, 오후 7시)다음에 방송해달라”(홍지연)는 등의 제안이 오르고 있다.
2월부터 KBS2가 방영중인 ‘바다의 전설 장보고’(KBS2)도 12세 이상 시청가인 프로그램. 그러나 시간은 금요일 오후 5시30분이라는 어린이 시간대이다.
방송사측은 ‘디지몬 테이머즈’(월)‘스페릭스’(화,수) ‘우정의 그라운드’(목) 등 이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이 띠편성 돼있기 때문에 그 장벽을 깨뜨릴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SBS는 매주 수요일 밤11시 5분에성인 애니메이션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웃는 밤, 좋은 밤’을 편성했다가 4회만에 폐지했다.
그만큼 성인 애니메이션의 편성은 방송사의 고민거리이다. 그렇다고 어린이 시간대만을 고집한다면 새로운 문화의 지평은 열리지 않는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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