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봄 마중을 겸해 택한 산행지가 소백산이었다. 철도 파업 여파로 열차표 예매가 안돼, 내키지 않았지만 자동차를 몰고 나섰다.완전 개통된 중앙고속도로도 달려보고 싶던 차였다. 죽령고개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산행에 나선 것이 오전 11시.
길가의 버들개지를 보고 서울에서 남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곳의 날씨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의심하였다. 외투를 벗어 배낭에 걸머지고 두어 시간 오르니 소백산 천문대가 나왔다.
■ 등산객들에게 개방된 천문대 문을 들어서자 복도에 붙은 관측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검은 바탕으로 인화된 밤 하늘을 수 놓은 그 많은 별에 놀랐다.
천체 망원경으로 잡은 밤하늘은 별 무리 때문에 마치 검정 보자기에 밀가루를 흩뿌려 놓은 것 같았다.
별 보기가 어려운 도시생활에 절어버린 사람들에게 별 밭을 흘러가는 혜성과 유성의 모습은 환상의 세계였다. 별의 색깔도 흰색 푸른색 붉은색 등 여러 가지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 천문대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더욱 입이 벌어졌다.
그 사진들은 렌즈 직경 2㎙도 못 되는 망원경으로 찍은 것이어서 그 정도지만, 더 큰 망원경으로 보면 별이 너무 많아 사진이 온통 흰색이라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많은 별과 별의 거리가 4.3광년이라는 것이다. 1광년이란 빛의 속도로 1년을 달려가는 거리다.
초속30만㎞ 속도로 1년을 달리면 9조 4,678억 7,782만 ㎞. 이 거리의 4.3배라면 천문학적이란 말 빼고는 표현할 길이 없다.
■ 별의 수는 우리 은하계에만 2천억 개 정도라 한다. 은하의 크기는 지름이 10만 광년, 중심 두께가 3,000광년이라니 광대무변(廣大無邊)이란 말도 부족하다.
그런 은하계가 또 무수히 많다고 한다. 해발 1,400㎙ 봉우리를 올랐다고 흐믓해 한 것이 얼마나 가소로운가.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 한 점만도 못한 공간에서, 수유(須臾)란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시기하고 다투는 일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정치자금이며, 인사청탁이며, 선거운동도 다 그런 눈으로 볼수는 없을까.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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