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참사 이후 밀월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요 국제정책에서 서서히 균열을드러내기 시작했다.미국이 6개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 여전히 테러와의 전쟁에 모든 정책의 포인트를 맞추면서 강공책으로 나가고 있는 반면 유럽쪽은 사안별로 미국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문제
양측의 간극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북한 문제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4일 ‘대(對)북한 협력 전략문서’를 승인했다. 이 문서는 2004년까지EU가 북한에 제공할 협력과 지원의 기본원칙을 담은 것으로 집행위는 특히 인권과 무기 수출 억제 등의 분야에서 북한이 진전을 보일 경우 “추가로1,500만 유로(172억 원)를 올해부터 2004년까지 북한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EU가 미국과 달리 그 동안 북한과 수교를 확대하고인적 교류를 추진하는 등 지속적으로 북한에 손길을 내밀어 온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라크와 중동 문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라크와 이란에 대해서도 유럽은 다른 접근을하고 있다. 특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에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라크 침공이 본격화하면 양측의 견해차는 심각한 논란으로 번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은 이란에 대해서도 무역 확대 및 개혁파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분쟁에 대해서도 미국은 여전히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노선을 용인하면서 야세르 아라파트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중동의 안정이 지구촌 테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라고 평가하고 이스라엘의팔레스타인 공격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유럽 고위 외교관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EU는 9ㆍ11 테러 이후 다자간 협력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미국이 혼자 가려 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무역 문제
시각차는 환경이나 무역과 같은 분야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EU 15개 회원국 환경장관들이 4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를 6월 1일까지 비준키로 합의한 것도 미국에 대한 반발의 표시이다.
위르겐 트리틴 독일 환경장관은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지난달새로 발표한 온난화대책이 오히려 온실효과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6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철강산업 보호 방안에 대해서도 유럽은 미국이 유럽산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부과할 경우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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