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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2.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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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을, 양양 남대천의 연어축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연어 맨손잡이 체험이 표면적으로는 생태계 체험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잔인한 살륙행위라고 말이죠.사실 친환경과 자연사랑을 표방하면서 진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좀더 특징적인 여행 상품을 만들기 위한 잘못된 상혼에서 비롯됐거나, 올바로 인식을 하지 못하는 무지 때문입니다.

영월 동강댐이 한창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 때였죠.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한 여행사가 동강 지키기와 자비심이라는 두 주제를 내걸고 ‘동강 방생 여행’이라는 것을 기획했습니다.

어떤 어종을 방생할 것이냐고 물었죠. ‘제한이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결국 환경단체의 저지로 방생 여행은 무산됐지만 동강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도 있는 ‘무심한’ 계획이었습니다.

얼마전 한 답사회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연에 들어 새총을 만드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나무를 Y자로 다듬어 기저귀 고무줄을 매는 ‘추억의 장난감’ 말입니다.

그런데 하필 새총일까요. 아이들은 새총을 힘껏 잡아당기고 무엇을 겨냥하겠습니까. 새든 사람이든 살아있는 무엇일 것입니다. 섬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람선을 타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유람선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갈매기입니다.

전국 어디의 유람선이나 승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으려는 갈매기가 따라 붙습니다. 모 과자의 CF에도 등장했죠.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갈매기는 고기를 잡는 능력을 잃어갑니다. 강화도에서 석모도를 왕복하는 배 주위의 갈매기는 배가 뜨지 않으면 고기를 잡을 생각을 않습니다.

인근 식당의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거지 갈매기’라는 별명이 붙었겠습니까.

봄이 오면서 환경과 생명을 소재로 한 이벤트가 늘어날 것입니다. 눈을 부릅떠 살피고, 세심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거지 생명’이 나오지 않게 말입니다.

/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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