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에 나서보자. 걷기가 성가시다면 차에 탄 채로. 차창을 내리면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어느덧 냄새를 바꾸었다.봄바람을 맞기에 좋은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모두 강과 호수를 낀 길이다. 여행가는 길, 혹은 간단한 나들이를 한다면 이 길을 달려보자.
■경기 남양주 6번 국도 옛길
구리와 양평을 잇는 6번 국도는 이제 고속도로에 버금간다. 긴 다리와 여러 개의터널로 직선화했고 왕복 4차선으로 늘었다.
덕분에 빨리 달릴 수는 있게 됐지만 왠지 운치가 떨어진다. 구리에서 양평방향으로 강동대교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나들목으로 빠지면 직선화 이전의 옛길로 접어든다.
한참 한강과 함께 달리다 팔당댐을 넘어서면서 구절양장 도로로 바뀐다. 현재의 양평 카페촌의 원조격인 유서 깊은(?) 카페들이 구석구석에 들어있다.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묘 등 역사적인 유적도 많다. 계속 길을 달려 남ㆍ북한강의 만나는 양수리 합수머리까지 구경하고 돌아오면 차 안에 봄냄새가 가득할 것이다.
■정선 42번 국도
강원산골의 평창과 정선을 거쳐 동해시에 이르는 42번 국도는 이제 꽤 유명한 도로가 됐다. 고속도로의 체증을 피해 동해안에 가려는 사람들이 샛길로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 도로의 대부분 구간이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정선읍에서 아우라지를 거쳐 여량에 이르는 부분이 압권이다.
길은 동강의 상류인 조양강과 두 칸짜리 꼬마열차가 다니는 철길과 나란히 달린다. 왕복2차선으로 좁은 도로이지만 시야가 뻥 뚫렸다.
그래서 과속하는 차량이 많은 길이기도 하다. 여량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아우라지가 있다.
정선아라리의 발상지이다. 첩첩산중을 훑고 내려온 송천과 골지천이 이 곳에서 만난다. 정선장에 들러본다. 이제 산 속의 봄산나물이 장터에 잔뜩 쌓일 터이다.
■춘천-양구 46번 국도
춘천에서 양구를 거쳐 인제로 빠지는 46번 국도는 호수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수 있는 도로이다.
소양호의 북쪽 호반을 거의 다 끼고 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구 주민이거나 낚시광이 아니면 잘 모른다.
길의 입구는 소양댐 오르는 길의 천전리. 북쪽의 오봉산 방향으로 길이 열려있다. 오봉산 서편을 끼고 돌아 추곡터널을 지나면 추곡리. 여기서부터 길은 호반을 타고 달린다.
소양호는 험한 산세를 이용해 물을 담아 놓은 호수. 그 산세를 타고 난 길이 수월할 리 없다. 좌우, 상하로 요동친다. 20분만 달려도 운전대를 잡은 팔이 아플 정도이다.
곳곳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있다. 멈춰서서 호수를 바라본다. 깊은 가뭄에 잔뜩 말라버린 호수이지만 봄빛을 머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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