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5일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자금출처와 용처에 대한 검찰수사 촉구는 물론 여당의 16대 총선과 최고위원 경선자금, 나아가 DJ 정치자금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하며 공세를 가열시켰다.이를 통해 여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가하고,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 간 분열을 부채질하겠다는 의도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이“김근태(金槿泰) 후보의 고백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과거와 현재의 여당 정치자금에 대한 전면 수사를 요구한 것이나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이“권씨는 각종 게이트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인물로 DJ 정치자금 관리자라는 의혹이 있다”며 여권 핵심부를 겨냥한 것도 이런 맥락.
아울러 “권씨의 후원을 받아온 이인제(李仁濟) 후보는 훨씬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 의장)이라는 주장은 이 후보와 반이(反李)측 후보진영에 대한 분리 전략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는“돈 문제를 둘러싼 싸움이 장기화하면 우리측에도 좋을 게 없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한 측근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환멸을 부를 수 있는 이 같은 대립은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 제3세력에게 반사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며 후유증을 경계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권노갑 정치자금 공세가 한결 거칠어 졌는데도 전햐 이부분에 대해선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변인단의 논평은 물론 당직자들의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야당의 수사 촉구에 대해 "(권 전 위원의) 자금 지원 진상을 확실히 알고서 수사를 요구해도 해야지 정치 공세로 나와서야 국민의 뜻에 부합하겠는가"라며 수사 반대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민주당은 반면 권 전 위원에게 불똥이 튀기게 만든 김근태(金槿泰) 고문에 대해선 적극적인 '끌어안기'에 나섰다.
"한나라당도 2000년에 총재 부총재 경선을 했는데 왜 김 고문처럼 용기 있게 자금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대야 공세는 물론이고 "김 고문의 고백 취지를 살려 정치자금 문화 개선을 위해 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도 나왔다.
민주당이 이처럼 권 전 위원과 김 고문의 '분리 대응'에 나선 배경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권 전 위원의 자금 지원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고 사후 수습도 권 전 위원측에 맡김으로써 사건의 파장을 최대한 축소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권 전 위원측 스스로가 "법적으로 따져봐도 문제될 게 없다. 야당도 정치자금 부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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