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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FX사업과 가치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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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FX사업과 가치경영

입력
2002.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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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이 특정 업체 지원과 특정 기종 선정을 위한 압력 의혹에 휩싸이는 등 차세대 전투기 선정을 둘러싼 논쟁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어떤 관계자는 F-X사업의 핵심이 궁극적으로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전 부분에 대한 평가 가중치를 줄이고, 핵심 기술을 제시하지 못한 기종에 높은 가중치를 주려는 것은 특정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명백한 의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각 기종간의 상대적 우열을 비교 평가하기 위해 평가기관들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가중치 기준을 정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단편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시각에서 촉발된 이러한 논쟁은 중요한 전략적 의사를 결정할 때 결코 도움의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논쟁은 비단 F-X사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중요한 의사 결정 문제에 부닥친 많은 기관에서 나름대로 지혜를 짜내 나름대로 최선책을 찾기 위한 기법들을 개발해 냈다.

이 기법자체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져야겠지만, 우려되는 것은 이들 기법이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려는, 소위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소위 일부 특정 이해 관계자들의 잘못된 소행 때문에 의사 결정 기법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투명성을 높이고 체계적이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략적인 의사결정 문제는 여러 요소들이 상호 얽혀 있는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다이나믹한 특성마저 갖고 있다.

그래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과학적이고 수리적인 도구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또 한 사람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인 그룹 단위의 의사결정이라 문제해결은 더욱 어렵게 된다.

따라서 네트워크 시대에 걸맞는, 전문가들의 전문적 지식을 네트워크를 통해 모을 수 있도록 가상적 전문가팀워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

또 정리된 지식을 기존 공청회는 물론 네트워크를 이용한 가상적 공청회를 통해 거시적 의견으로 수렴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어려운 IMF시대를 지내면서 주먹구구식이 아닌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과거에는 직관에 호소해 중요 경영전략 들을 결정하는 시대도 있었고, 시대만 잘 타면 회장도, 사장도 되는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경영인을 필요로 하고, 의사결정 역시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효과적인 틀 속에서 주어진 정보와 지식을 조직의 가치 관점에서 충분히 소화시켜 조직 차원의 모두 역량을 결집시킨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의사 결정자들은 수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급변하는 문제를 풀려는 시도했으나 결국은 국부적이고 작은 범위에서 문제를 푸는데 그쳤다.

이제는 직관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학적이지도 않은, 중간 위치에서 현실 문제에 접근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도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다시 말해 미시적이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의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F-X사업자 선정도 이해관계가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생을 기초로 한 조화속에 새 시대에 걸맞는 과학적 도구를 통해 거시적인 안목에서 바라볼 때 투명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것이다.

F-X 사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되면 국가가치가 증가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

이를 ‘가치경영’이라고 하는데, 가치경영의 장점은 이해 관계자 모두가 같은 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나무가 건강히 자라도록 서로 보살펴주면 모두 자손 대대로 뜨거운 태양,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F-X사업의 기술적인 기준은 잘 모르지만 가치경영관점에서 F-X사업자를 선정하면 국가전체가 득이 된다. 우리 나라도 이제 가치경영 관점에서 중요한 전략의사 결정을 재조명할 때가 되었다.

김성희·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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