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근태(金槿泰)상임고문의 경선자금 내역 공개 파문이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정치자금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김 고문이 3일 “2000년 8ㆍ30 최고위원 경선 때 권 전 위원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고백한 게 계기다. 한나라당은 당장 정치쟁점화에 나섰다.
권 전 위원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야당 시절부터 동교동계의 정치자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권 전 위원이 당 경선 후보들에게 자금을 줬다는 것은 정가의 상식으로 보면 이상할 게 없다.
실제로 경선이 끝난 뒤 여권 안에서는 권 전 위원이 자금동원력이 약한 중진, 장래성이 있는 초ㆍ재선 등 몇 사람에게 ‘물적 지원’을 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최근에는 권 전 위원이 조만간 펴낼 자서전에 자신의 도움을 받고서도 민주당 쇄신 파동 때 자신을 공격했던 인사들에 대한 지원 내역을 모두 공개하리라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4일자 내일신문은 권전 위원이 8ㆍ30 전당대회 때 1억여원을 일부 주자들에게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권 전 위원측은 물론이고 돈을 받은 당사자로 소문이 난 중진 J의원과 초ㆍ재선 CㆍK 의원측은 한결같이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제는 권 전 위원이 당내 인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행법상 불법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권 전 위원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현역 의원 또는 지구당 위원장이 아니다. 8ㆍ30 경선이 있었던 200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그가 정치인으로서 만들어 정치행위에 쓴 돈은 정치자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고, 자금조성 경위 등을 둘러싸고 위법성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권 전 위원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8ㆍ30 전당대회 당시 김근태 정동영 후보 두 사람에게 2,000만원씩 도와준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는 돈의 출처에 대해 “최고위원에 출마하려고 준비해 뒀다가 출마를 포기하면서 남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_김 고문은 권 전 위원이 다른 후보들에게도 도와줬을 거라고 했는데.
“아무 근거도 없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하느냐. 김ㆍ정 후보 외의 다른 후보들은 표만 도와줬다.”
_야당이 권 전 위원이 지원한 자금의 출처를 문제삼고 있는데.
“내 집사람이 13년 간 두 곳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 통장에 예금한 돈도 있고 계를 들어서 현금을 갖고 있는 것도 있다.”
_현재의 대선주자들에게도 돈을 지원했나.
“현재까지 어느 후보에게도 단돈 1원도 안 줬다.”
_김근태 고문의 경선비용 공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사람이 돌출행동을 자주 하는데 선의의 경쟁을 해야지 다른 사람을 걸고 넘어지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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