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을 앞두고 기업들이 생사여탈권을 쥔 회계법인과 ‘클린(Clean)전쟁’을 벌이고 있다.회계법인들은 엔론사등 미국발(發) 부실회계 파장으로 어느해보다 분식회계를 근절하기위해 부실을 장부에 대폭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깐깐한 회계처리로 경영성적표가 당초 예상보다 악화할 것이라며 회계법인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회계감사에서 나쁜 성적을 받은 기업들을 대거 퇴출시키도록 증권거래법을 뜯어고쳐 4월에는 무더기 증시퇴출사태가 나타날 전망이다.
■ 부실기업 무더기 퇴출 예고
증권가의 회계대란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첫 희생양은 삼익건설. 증권거래소는 4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년 연속 감사보고서상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삼익건설을 오는 29일 상장폐지키로 결정했다.
기업과 회계법인간 갈등이 커지는 것은 정부가 회계감사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회계감사 결과, 상장기업의 경우 ‘부적정’이나, ‘의견거절’을 받은기업, 코스닥기업은 ‘부적정’, ‘의견거절’외에 ‘감사범위제한 한정의견’을 받은 기업까지 곧바로 주식매매 정지를 거쳐 4월에 무더기 상장, 등록폐지키로 했다.
지난해까지 2년이상 의견거절, 부적정판정을 받아야 퇴출된 것에 비하면 더욱 엄격해진 셈이다.
삼일, 안진, 안건,영화 등 대형 회계법인들은 3월 주총을 앞두고 기업들의 장부조작, 이익부풀리기 등을 적발해내는 분식회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영화회계법인 최종철(崔鍾哲) 본부장은 “분식회계 의혹이 있는 기업에는 베테랑 회계사를 집중배치하고 있다”면서“재고자산이 많고,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부실기업에 대해선 의견거절, 부적정판정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감사결과가 나빠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거래소기업들은 50개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감사에서 의견거절, 부적정 판정을 받은 27개사(코스닥 7개사)의 두배가량많은 수치. 코스닥은 각종 게이트가 양산된데다, 매출부풀리기가 심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는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 증시 서든데스 비상
금융당국은 감사결과가좋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곧바로 퇴출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유병철(兪炳哲) 공시심사실장은“회계법인이 감사결과를 주총 1주일전까지 금감원에 제출하면서 동시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띄우고,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공시 즉시 매매정지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같은 과정은 서든데스(Sudden death) 게임과 같아 투자자들은 이달중순부터 전자공시시스템을 수시로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감사의견 공개과정에서 주가조작등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감사의견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아 회계사가 감사의견을 사전에 유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도 감사의견 확정전 조율과정에서 이를 감지, 공시전 대량매매 등 주가조작을 벌일 가능성이높다는 분석이다.
증시관계자는 “공시의무 시점이 불명확한데다 회계장부가 사전에 유출돼 적발될 경우에만 미공개 정보이용으로 처벌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용어해설
의견거절은 회계법인이 회사측의 방해로 차입금등에 대한 실사를 못해 해당기업의 감사인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신뢰할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의미한다.부적정 의견은 이보다 한단계 낮은 것으로 회계원칙에 근거해 재무제표와 경영상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것을 뜻한다.또 감사범위 제한 한정의견은 회계감사 기준 및 절차는 적정하게 준수했지만,일부 사항에 하자가 있으므로 지적하는 것을 뜻한다.반면 적정의견은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서오댔음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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