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ㆍ입학 시즌이면 여기저기서 꽃다발을 주고 받는 장면을 볼 수 있다.꽃다발 세례는 3월로 끝나지 않고, 4월이면 식목일 행사, 5월이면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한동안 꽃, 화분, 나무 판매는 성수기를 맞는다.
원예업체들은 성수기를 맞아 앞다퉈 소비자 기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원예 업체로서는 앞으로 몇 달간이 연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목’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꽃 소비는 대체로 여름을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해 가을이 되면 눈에 띄게 둔화된다.
원예업자들은 한 시즌에만 수요가 폭주하는 꽃이 일년 내내 사용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소비자들이 ‘꽃=기념일에만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먼저 원예업 종사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계절적, 심리적 요인을 극복하고 소비자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 수있는 상품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일본의 한 원예기업 대표는 “손재주가 뛰어난 한국인에게 원예 산업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원예 산업 규모는 현재 일본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과의 경제 규모 격차를 가만하더라도 매우 낮은 편이다.
이 같은 격차는 기술이 아닌 문화에 기인한다. 선진국에서 원예는 기념일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주고받는 선물이 아니라 ‘생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영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취미가 화단 가꾸기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생활 속의 원예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일단 우리 주변엔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아파트 주민들도 정원을 만들어 가꾸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원예 업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쫓아만 가지 말고 ‘문화 만들기’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예 업계에도 벤처 정신이 요구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우리 나라에도 원예(농업)벤처가 늘고 있다지만 더욱 분발이 필요하다.
비수기에도 잘 팔릴 수 있는 상품들이 개발돼야 하고, 디자인 수준도 높여야 한다. 브랜드 도입도 절실하다. 같은 꽃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소비자에겐 달리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원예 업자들이 인터넷 벤처들처럼 아이디어와 기술에만 치중해 문화와 시장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생활 속의 꽃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 장근혁ㆍ㈜핸즈앤디자인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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