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권을 침탈당한 민족수난 시대에 지식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은 제한돼 있다.철저하게 저항하거나 주도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영달의 길을 걷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시의(時宜)에 따라 보신(保身)과 연명을 꾀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신의 안락을 버리고 민족과 국가를 위해 몸바친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한 지도자들의 친일행위를 비난하는 것이다.
지식인은 민족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민중의 향도(嚮導)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순일(純一)하고 삼엄한 지조를 요구할 수는없다.
친일 반민족행위자 명단이 발표된 이후 예상대로 논란이 일고, 그들을 비호하는 사람들은 과(過)를 뛰어 넘는 공(功)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 자체를 부정하거나 명단발표 과정부터 왜곡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잘못은 잘못대로 정확하게 기록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거나 덮어 둔 부분에 대해 제대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후손과 관계인들이 내세우는 공적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실상 친일행위에 대한 청산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일 반민족행위에 대한 규명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그리고학술적으로 꾸준하게 전개돼야 한다.
이 달 중 발족할 한일역사공동연구회가 우리측 요구와 달리 연구결과를 교과서에 반영하지 않고 활용ㆍ병기만 한다고한다.
친일행위자들을 비호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교과서 문제를 다루는 일본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우리 내부의 문제도 정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일본에 대해 역사왜곡 청산을 요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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