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고해성사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2000년 8월3일에 있었던 최고위원 경선에서 2억4,500만원의 불법자금을 썼다”는그의 기자회견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당연히 민주당은 진행중인 대권후보 경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고,한나라당은 예기치 않았던 호재를 만난 듯 설쳐대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우선 우리는 고해의 함의를 매도하기에 앞서 그의 용기를 평가해야 할 것같다.
김근태씨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자. 지난 2000년에 그는 선거가 있는 해의 정치자금 한도액(6억원)에 거의 육박하는 5억9,829만원을 모금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모금액수를 꿰어 맞춘 흔적이 역력하지만 그 중에서 총선비용으로 6,400만원, 최고위원 경선비용으로 2억9,300만원을썼고 나머지는 기타 일상적 정치활동비로 지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억4,500만원을 친구ㆍ친지로부터 더 거둬 불법적으로 경선에 사용했다는 게그의 고백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견 정치인 가운데 ‘검소한 사람’으로 손꼽혀온 그의 형편이 이랬다. 법이 정하고 있는 정치자금의 한도는 현실을 거의 무시하는 것이었고, 정치를 하자면 규정 이상의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고 돈을 모았고 그리고 남의 눈을 피해 그 돈을 썼던 것이다.
어느 정치인이 이 같은 ‘돈’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탈법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관행이 수 십년 동안 계속돼오고 있다.
어쩌다 쇠고랑을 차게 되면 ‘표적사정의 대상’이었거나아니면 ‘재수없는 사람’이 되는 게 한국 정치의 모습이었다.
김씨가 고해성사를 하고 나선 배경에는 ‘클린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본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차제에 자신의 목줄을 죄고 있는 ‘돈’의문제를 진솔하게 해결해보라고 모든 정치인에게 권하고 싶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누가 정권을 잡든 ‘게이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정치개혁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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