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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맹목과 허망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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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맹목과 허망의 사이

입력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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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 이별주제 연작소설 '애별'간절하게 소망하면 이루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이들에게, 사랑을 다시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주문만큼 매달리고 싶은 게 있을까.

구효서(47)씨가 장편소설‘애별(哀別)’(전2권ㆍ생각의나무발행)을 펴냈다. ‘정별(情別)’ ‘몌별(袂別)’에 이어 세번째로 이별을 주제로 쓴 작품이다.

“세상은 사랑 노래와 사랑 영화로 넘쳐 나고 있으니 참 이처럼 허망한 일도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나 “존재를 건 하나의 사랑 앞에서 한 시절을 휩쓸던 광기와 몽매라는 게 얼마나 무상한 건지를 본다는 건 연애소설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애별’은 두 겹의 사랑 이야기를 한작품에 담은 액자소설이다. 화자인 소설가 나는 어느 시인으로부터 한 사내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서로 사랑하다가 먼저 죽은 여자를 못잊고 산 속에서 은둔하고 있다는 사내였다.

나는 그 사내가 사랑했던 여인의 딸 홍운란을 찾아가고 그녀로부터 자신의 어머니와 그 사내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홍운란과 헤어진 나는 어쩔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 사내를 찾아간다. 그에게서 받은 원고 뭉치 속에 사내의 또 다른 사랑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사내가 베트남전에 참전해‘빙’이라는 여인을 사랑했던 일, 아군의 무차별 포화로 빙이 목숨을 잃자 사내가 자신의 고교 동창이자 소대장인 윤인호를 사지에 남겨두고 홀로 탈출했던 기억, 그리고 평생을 그 죄책감에 시달린 기억이다.

사랑 이야기는 세상에 차고 넘치지만 구씨의 소설이 힘을 갖는 것은 전쟁소설이자 두 겹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연애소설이라는 구성,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떠받치는 탄탄하고도 감성적인 문체 때문이다.

작가는 전쟁이 어떻게 개인의 진실을 강제하고 희생시켰는지, 전쟁의 이면에 자잘하고 소소한 인간의 인연이 얼마나 절절하게 얽혀있는지 복원해 보여준다.

“이별할 것을 알면서도, 또 이별하기 때문에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고 작가는 전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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