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별관 1층 장애인복지과 사무실에 들어서면 오른 편에 특별하게 보이는 커다란 프린터가 눈에 띈다.시각 장애인용 점자 프린터기이다.
바로 옆에 앉은 ‘국내 1호 시각장애인 공무원’ 신창현(申昌鉉ㆍ43)씨를 위해 서울시가 준비한 ‘특수’ 장비이다.
또 신씨의 책상 위에는 점자로 입력한 내용을 음성합성장치를 통해 음성이나 점자로 표시하는 휴대용컴퓨터인 ‘무지점자기’란 장비도 설치돼 있다.
서울시에 특별 채용돼 4일 첫 출근한 신씨는 선천성 녹내장으로 태어날 때부터 세상 빛을 보지 못한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그동안 1급 시각장애인이 대학 교수로 임용된 적은 있지만 공무원으로 특채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시는 그의 정상적인 근무를 돕기 위해 1,700여 만원을 들여 시각장애인용 특수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등을 준비했다.
그는 장애인편의 시설팀에 배치돼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의 보완 및 개선작업 업무를 맡게 됐다.
이날 다른 직원보다는 조금 빠른 오전 8시50분께 출근한 그는 “앞으로 맡게 될 업무의 중요성 때문에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시작한 첫 업무는 시의 전자결재시스템 사용법 익히기.
평소에 ‘컴퓨터도사’로 소문난 그지만 공무원 신분으로서는 처음 다뤄보는 것이라 조금 낯설기까지 했다.
그는 “서울은 여전히 장애인들이 다니기에 위험한 곳”이라며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도턱이나 유도블럭 등 장애인 편의시설의 효율성 증진을 위해 노력할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영모(文永模) 장애인복지과 과장은 “일반 시민들은 시각장애인이 과연 결재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만, 컴퓨터의 음성기능 등을 이용하면 정상 근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신씨가 평소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므로 출장이나 야근도 일반 직원들과 똑같이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씨와 함께 임용돼 장애인지원팀에 근무하게 된 정재우(鄭在祐ㆍ34ㆍ여ㆍ지체장애 1급)씨도 “팀동료들이 너무 따뜻하게 맞아줘서 너무 고맙다”며 “여성장애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능력이 닿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첫 출근의 각오를 다졌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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