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즉 둔부에 대해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들은 감추고 싶어하는 야릇한 속성이 있는 듯 싶다.가장 강한 것이 아줌마의 엉덩이며 남의 (특히 여성의)엉덩이를 만지는 사람은 100% 치한이 되고 엉덩이 무거운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의미까지 가지고 있으니….
엉덩이는 형이하학적이고 육담(肉談)의 비릿한 느낌까지 전하는, 고상한 단어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단어의 뉘앙스가 그러하니 패션에 있어서도 엉덩이는 왠지 감추고 싶은 부분인 듯 싶다.
요즘이야 엉덩이 이쁘다는 말이 칭찬이긴 하지만 이 역시 섹스어필하다는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니 말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감추고 싶은 엉덩이의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풍부한 엉덩이의 소유자는 성격이 부드럽다고 한다.
반대로 항상 긴장해 있는 듯한 작은 엉덩이는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많다고 한다. 그리고 엉덩이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람은 비교적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렇듯 성격까지 가늠하는 엉덩이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가려야 하는 기피 1순위 신체 분위이자 코디네이션의 장애물1위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엉덩이가 크다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 아무리 늘씬한 여성이라도 자신의 엉덩이는 너무나 못났고 크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자켓이든, 셔츠 등 골라잡는 상의는 우선 엉덩이를 덮고 보아야 한다. 못해도 반쯤은 가려주어야 마음이 편하다.
우리나라 여성복업체에서 롱자켓의 판매율이 숏자켓에 비해 2배이상 높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밀라노나 파리 혹은 가까운 도쿄의 거리만 보더라도 각양 각색의 엉덩이를 드러낸 옷차림을 볼 수 있다.
짧은 상의에 긴 하의는 그저 엉덩이가 크고 작고, 이쁘고 못생긴 것과는 무관하게 훨씬 더 멋진 실루엣과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며칠전 시장조사차 파리의 샹제르망의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아방가르드한 의상을 판매하는 한 매장에서 임신 4개월쯤 된 프랑스 여성이 옷을 고르고 있었다.
살짝 나온 배만큼 퉁퉁 부은 듯한 커다란 엉덩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가 고른 옷은 그 배에서 엉덩이까지 이르는 둥근 선을 가려주는 기다란 자켓이 아닌 배꼽이 보일 듯 말듯한 짧은 셔츠였다.
하!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렇게 엉덩이를 확연히 드러낸 팬츠에 짧은 셔츠를 코디한 그녀의 타이트한 패션이 정말로 멋져보였다는 것이다.
다리는 더욱 길어보이고 긴장감을 동반한 탄력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우리에게는 그런 과감한 패션이 없어서 얼마나 멋져 보이는 지 아무도 모르는 듯 하니 우선 나부터 엉덩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당당해져 보련다.
/ 글ㆍ스타일화 베스띠벨리 남창현 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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