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슬람 이슬람] (10) '中東의 고아' 팔레스타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슬람 이슬람] (10) '中東의 고아' 팔레스타인

입력
2002.03.05 00:00
0 0

≪이스라엘 남부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 지구를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길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빈한한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2차선이 대부분인 도로를 따라 20년은 넘었을 듯 싶은 벤츠 택시들이 오간다. 그 못지않게 낡은 자가용차들도 이스라엘 전투기와 헬기 공격을 받아 곳곳이 패인 도로를 덜컹거리며 자나가고 있다. 노새나 당나귀가 끄는 수레들은 아직도 이 도로의 주요한 이동 수단이다.

고삐를 잡은 청년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팔레스타인인의 현재 삶에 대한 분노, 그리고 미래에 대한절망이 읽혀진다. ≫

도로를 따라가면 남쪽 끝에 분쟁과 테러의 도시 라파가 있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팔레스타인 최대의 정착촌인 라파 중심가는 매연을 뿜어내는 차량과 남루한 차림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흙 길은 하수로에서 넘쳐난 물로 질척거렸다.

30, 40대 남자들이 한낮에도 하릴없이 길거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2년전 인티파다(봉기) 이후 이스라엘이 통행제한을 강화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다.

라파의 난민 정착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수시로 벌어지는 지역이다.지난 달 21일에도 이스라엘군이 무기 밀수 단속, 테러리스트 색출을 이유로 탱크와 불도저 등을 앞세워 진입, 주민 5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했다. 그보다 1주일 전에는 불도저공격으로 7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700여 명이 집을 잃었다.

마흐무드 아부하들라(55)씨의 집도 이때 무너졌다. 27명의 대가족을 거느린그는 자치지역 바깥의 이스라엘 공장에 일을 다녔지만 이스라엘이 통행을 제한하는 바람에 실직했다. 그리고는 유엔구호활동기구(UNRWA)가 제공하는 식량에 의존해 근근히 생활을 꾸렸다.

“1시간 전에 부서진 집 근처에 가보려던 아내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도망쳐 왔습니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철탑 위에 설치된 이스라엘감시 카메라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서 있는 자리에서 불과 50㎙도 떨어지지 않았다.

정착촌 내의 ‘O블록’에 거주하는 파트마 샤아트(60ㆍ여)씨는 아직 가옥은 보전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총소리를 들으며 사실상의 죽음을 경험하고 있다”고말했다.

한 달에 25㎏의밀가루 지원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그의 자녀들은 모두 9명. 모두 성인이지만 최근 UNRWA의 취업 지원 계획에 따라 3개월 시한으로 교사직을 구한 아들을 제외하면 일자리가 없다. 그나마 교사가 된 아들도 알제리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거의 6년 동안 무직으로 지냈다.

가자 지구에서 인티파다 전까지 이스라엘 지역으로 일하러 다녔던 노동자는 4,500명 선이다. 그 숫자는 지금 1,500명으로 줄었다. 분쟁이잠잠할 때는 하루 최대 2만5,000여 명이 드나들던 가자 지구와 이스라엘 사의의 에레즈 국경검문소도 지금은 조용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현재 노동 가능 인구의 60%가 실직 상태고 인구의 80%가 하루 2달러도 못 되는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다.

1948년, 67년 등 수 차례의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전한 후 인접국으로 피난 나온 팔레스타인인들의 삶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요르단내 최대 팔레스타인 정착촌 바카의거리 풍경은 가자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요르단 정부의 직ㆍ간접적인 차별 정책 때문에 주민들의 피해의식은 훨씬 더 심하다. 바카에서 태어난 에브라힘 아브쥬다(29)씨는 “군이나 관공서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승진에 분명한 제한을 두고 있고 일반 기업 취업에도 차별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인근 국가로 쫓아낸 팔레스타인인의 고향 방문에 극도로 민감하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난민이 자치지역으로 들어와 친지를 방문하는 것 조차 금지하고 있다. 대신 자치지역 주민이 요르단을 방문하는 것은 가능하다.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에 살고 있는 아브쥬다씨의 큰 아버지는 지난 해 라마단 기간 동안 이곳을 찾아와 “기껏 길렀던 농작물을이스라엘군이 수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바람에 배를 곯고 있다”고 호소했다.

기자가 “그렇게 살기 어려우면 친척이 모두 요르단으로 이주해 모여 살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게 바로 이스라엘이 바라는 것이다.”

가자 시티ㆍ라파ㆍ바카=김범수기자

bskim@hk.co.kr

■380만명 59개 난민촌서 생활

중동의 전체 59개 난민촌에서 생활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모두 380만 명.이 가운데 19곳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7곳이 가자 지구에 있다.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인근의 발라타, 제닌 외곽의 제닌난민촌, 가자 지구 남부의 라파와 한 유니스 등은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잦은 지역이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가장 많은 국가는 요르단. 157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50년 이상된 정착촌에 몰려 살고 있다. 레바논에 37만여 명, 시리아에도 38만여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있다.

유엔은 세계 각국의 난민을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을 창구로 해서 지원하지만 유일하게 팔레스타인만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한 유엔구호활동기구(UNRWA)라는 별도 기구로돕고 있다.

■엘 자하르 하마스 대변인

팔레스타인의 최대무장투쟁조직으로 유명한 하마스의 마흐무드 엘 자하르(57) 대변인은 현직 의사이다.자살폭탄 테러 등 극한적인 방법으로 팔레스타인 영토 수복에 나서고 있는 하마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자 시티 아즈훌라 거리에 있는 그의 개인병원을 찾았다.

10년째 대변인을 맡고 있는 그는 외과 전문의이며 대학 강의도 나가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1시간 동안 시종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 하마스의 조직과 활동 목표는?

“하마스는 종교적인 삶으로 개인을 규율하는 단체다. 산하에 무장조직이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사회, 종교, 문화, 체육활동도 광범위하게 펼치고 있다. 역사를 날조하며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유대인 점령자들을 외부로 몰아내는 것이 최대 목표다. 이 수복 운동은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라신앙적인 결심이다.”

◇ 지지자들은 어떤사람들인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지식인과 젊은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는 이슬람대 출신이다. 이들은 대부분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다. 수년 전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상공회의소, 의사협회, 전문직업인협의회 등 25개 기관 단체를 포함해 주민의 45%가 하마스 후보를 지지했다.

에이즈(AIDS) 예방 및 치료사업 등 의료 활동을 펴고 빈민 구제 활동을 가장 활발히 벌이는 것도 하마스다. 반 이스라엘, 반미 시위에서 하마스는 가장 많은 군중을 동원하고있다. 지지자들은 팔레스타인 학교와 시장과 거리에 퍼져 있다.”

◇ 테러리스트라는 데동의하나?

“‘민간인의 살상과그 살상을 돕는 행위’를 테러라고 하는 미국의 정의에 따르자면 이스라엘과 미국이 바로 테러리스트다. 출산 직전의 산모가 병원으로 가는 것을 막아죽게 만든 것이 그들이고, 인티파다 이후 희생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죽음도 그들의 손에 의한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중립적인 제3세계는 ‘타인의 영토에 대한 점령’을 테러로 정의하고 있다. 제네바 협정은 특정 나라의 영토가 외국에 점령당했을 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민간인 살상을 정당화할수 있나?

“이스라엘인은 어느누구도 온전한 의미에서 민간인이라 할 수 없다. 모든 이스라엘인은 만 18세가 되면 군대에 간다. 제대 하더라도 최소 3개월 이상 예비군으로 복무하며성인 남자들은 55세까지는 예비군에 편성되어 유사시 48시간 내 배치 가능하다. 어린이들까지도 장차 이스라엘 군인이 된다. 우리의 공격은 민간인에 대한 살상이 아니다.”

◇ 자치정부의 하마스대원 검거를 어떻게 생각하나?

“야세르 아라파트수반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아라파트의 체포가 도를 넘을 때는 우리가 반격하기 전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대중의 지지를 잃는 것은 결국 아라파트가 스스로 종지부를 찍는 일일 뿐이다.”

가자 시티=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