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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홍제동화재 1주년…"소방관 의로운 죽음 일찍 잊혀져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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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홍제동화재 1주년…"소방관 의로운 죽음 일찍 잊혀져 착잡"

입력
200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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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의로운 희생으로 기억할 것처럼 온 사회가 떠들썩했었는데, 다들 너무나 빨리 잊어버리더군요.”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가구주택 화재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3일, 유가족들은4일 오후 2시 국립 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서 거행되는 1주기 추도식 참석을 준비하며 착잡한 감회에 젖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작년 새학기를 눈물로 시작해야 했던 박동규 소방장(사고 당시45세)이 남긴 현찬(15) 선영(12) 남매는 올해 나란히 중ㆍ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아버지의 1주년 추도식 참석 때문에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이들 남매는“아버지의 죽음이 언제까지나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형과 함께 소방관의 길을 걷던 박소방장의 동생 정용(40)씨도 형의 뒤를 이어 중랑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사고 3개월 전 수당이 많은 외근직을 자원했다가 사고를 당했던 김철홍(사고 당시 36세)소방교의 형 김재홍(金宰弘ㆍ41)씨는 “효심이 지극했던 철홍이가 죽자 어머니 병도 좀처럼낫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재홍씨는 ‘동생의 죽음을 헛되이할 수 없다’며 순직 소방관들을 위한 119상 제정 등 추모 사업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사고 당시 중상을 입었던 이승기(李勝基ㆍ41) 소방교는 아직 완치되지 못하고여전히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 소방교는 먼저 떠난 동료들을 만나러 불편한 몸을 이끌고 추도식이 열리는 대전 현충원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사고 1주기를 맞은 유가족들을 서운하게 하는 것은 사고 직후 활발하게 추진되던 추모 사업이 시간이 가면서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

충남 천안 중앙소방학교에 세우기로 했던 충혼탑은 정부 예산 5억이 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건립되지 못하고 있다.

“행자부에서도 1주기에맞춰 충혼탑을 건립한다더니 아직 소식이 없다”는 유가족들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소방관들의 숭고한 죽음을 사람들이 기억해줘야 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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