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이 다시금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했다.박근혜(朴槿惠)의원의 한나라당 탈당은 대선후보 선출을 앞둔 여야의 불안정한 당내 사정과 ‘제 3세력’의 존재 등과 맞물려 다양한 정계개편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그 구체적 모습은 각 당 대선 후보 경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서서히 드러날 전망이다.
■예상 시나리오
우선은 정당 소속 의원들에 비해 운신이 자유로운 박의원과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의 신당 창당 연대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정 의원은 이미 지난해말 ‘환경 신당’ 창당 의지를 피력하며 박 의원을 파트너로 꼽은 바 있다.
집단적 움직임은 4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임박하면서 가시화할 할 가능성이 있다.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반이(反李) 후보들간 대립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선과정의 불공정성 등을 명분으로 일부 후보가 경선을 중도 포기하고 탈당하는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이 경우 이들 세력은 박, 정의원 등과 함께 이른바 ‘개혁 신당’ 창당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 거취를 숙고중인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의원의 탈당 및 가세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대 분기점은 역시 6월 지방선거다. 여야의 승패,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선거결과에 따라 상당 규모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승패가 확연해 진다면 이를 빌미로 대선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일부 진영과 비주류, 또는 지방선거 패배지역 의원들이 이탈할 것이란 얘기다.
이들도 국민의 기존 정치구도 개편 욕구와 정치 개혁등을 명분 삼아 박 의원, 정 의원 등 외곽세력과 손을 잡을 소지가 많다.
여기에 제3세력론을 강조해 온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 그리고 ‘반 민주 비 한나라당’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힘을 보탠다면 대선은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다자 대결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흐름으로 민주당 중도개혁포럼의 정균환(鄭均桓) 의원 주장대로 민주당과 자민련의‘내각제 공조’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지적이다.
■ 주역들
아무래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시 못할 지지율을 기록중인 박근혜 의원에게 남다른 시선이 쏠린다.
박 의원은 신당을 창당한 뒤 스스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윤환 대표, 이수성(李壽成)전 총리, 정몽준 의원 등이 합류한 ‘영남 벨트’를 형성, 지방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이른 시일 내 입지를 굳히겠다는 복안이다.
정 의원은 6월 월드컵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공개 행보에 제약이 있으나, 최열(崔冽)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 정치권 안팎 인사들과신당 창당을 위한 물밑 접촉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이 정계개편 주도형이라면 김윤환 대표는 후견인형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신당 창당의 개혁 명분을 강화하고 세대교체 흐름 등에 발맞추기 위해 김 대표는 박 의원 등에 대한 조언과 거중 조정 등 신당의 병풍 역할에 주력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전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관망형이다.
굳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필요가 없는 그로서는 판세를 예의주시하다 신당이 가능성을 보일 경우에 한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그렇지 않으면 2000년 16대 총선 때 민국당을 대하던 것처럼 수수방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종필 총재는 내각제 개헌이라는 전제조건이 수용될 경우 인척인 박 의원 주도의신당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선 정계 새판짜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화갑(韓和甲)ㆍ정균환 의원, 박근혜의원과 개별적으로 만난 적이 있는 정동영(鄭東泳) 의원, 비주류의 정대철(鄭大哲) 김원기(金元基)의원 등이 잠재적인 정계개편 주ㆍ조역들로 지목된다.
■가능성과 파괴력은
박근혜 의원과 정몽준의원, 김영삼 전대통령, 김종필총재, 김윤환 대표에 여야 일부 의원까지 아우르는 신당이 출범할 경우 기존 대선판도를 뒤집는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이론을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주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의원이 제3세력 연합후보로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및 민주당 후보와 근소한 차의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신당의 현실화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는게 중론이다. 각 주체들 사이의 이해관계와 입장 차이로 인한 장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김 전대통령이나 김 총재는당분간 신당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 분명하고 내부적으로 자금 조달이나 후보 단일화 등의 문제도 간단치 않다.
또 신당이 국민사이에 개혁바람을 일으켜 기존 정당과 김 전대통령 등에 대한 흡인력을 발휘할 만큼 참신한 진용과 정책을 갖출 수 있느냐에 회의를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신당 창당 여부 및 성패를 결정짓는 1차적 변수는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박 의원을 비롯한 정계개편 주체들이 어느 정도 정치적 역량을 보이느냐가 그 하나이고, 대선후보 경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여야에 얼마나 강력한 원심력이 발생하느냐가 두 번째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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