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통통한 살은 나중에 키로 변할 것에요. 키가 크면 살은 저절로 빠지는 것 아닌가요….”초등학생 10명 가운데 3.5명이 비만일 정도로 어린이 비만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자녀의 비만문제는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어린이 비만은 단순히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지나친 열량섭취와 운동부족이 원인
어린이 비만은 일반적으로 표준체중보다 20% 이상 많은 상태를 말한다. 성인 비만은 지방세포 수가늘지 않고 세포 크기만 커지는데 비해 어린이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가 모두 증가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어린이 비만에는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기는 단순성 비만과 질병에 의해 발생하는 2차성 비만이 있다.2차성 비만은 1% 미만이다.
단순성 비만은 지나친 열량 섭취와 활동량 부족, 잘못된 식생활 습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단순성 비만 가운데 70%는 지나친 열량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인해 생긴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며 기초대사량 감소로 인해 몸 안에서 남아도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을 많이 먹은 뒤 곧바로 TV나 만화,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나머지 단순성 비만은 유전으로 인해 발생한다. 부모 모두 비만인 경우 자녀가 비만일 확률은 80%, 부모 중 한쪽이 비만인 경우에는 40%, 정상 부모인 경우는 7%정도다.
▼어린이 비만 이른 성인병 불러
어린이 비만의 가장 큰 문제는 고지혈증과 지방간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심근경색 뇌출혈 등의 성인병이 조기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 비만 환자 가운데 80~85%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비만클리닉 김경수 교수는 “사춘기에 시작된 비만, 그리고 가족 가운데 비만이 있는 경우에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비만 어린이들은 몸매나 운동능력에 심한 열등감을 가지기 쉽다.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비만 어린이들은 친구 관계, 이성 관계 등을 지나치게 예민하고, 열등감과 정서불안으로 고통을 받으며, 생활 적응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이 최선
어린이 비만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올바른 식생활 습관과 운동을 통해서 지방 조직을 줄이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어른과 달리 키가 계속 자라면서 비만도가 감소하므로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지 말고 유지만 해주어도 좋다.
특히 어린이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잘못된 식생활 습관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부모는 비만 어린이에게 금식이나 절식을 시켜 무리하고 급작스럽게 체중을 줄이려고 하는데 이는 피하는 게 좋다.
이런 방법은 체중 감량에 실패하기 쉬울 뿐 아니라, 설사 체중이 빠지더라도 지방성분 외에도 단백질과 수분 근육까지 줄여 발육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성인처럼 저지방 식단 위주의 엄격한 식이요법이나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도 삼가야 한다.
아이들은 성장에 필수적인 지방도 적당히 섭취해야 하므로 너무 억제하면 오히려 욕구불만을 자극해 폭식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균형잡힌 식이조절과 함께 식사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해서 편식을 막고 고르게 영양을 섭취하도록 한다.
을지병원 비만클리닉 최영은 교수는 “어린이 비만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동이 특효약”이라고 말했다.
쉽고 가벼운 달리기나 스트레칭으로 5~15분 준비운동을 한 뒤 20~30분 정도 에어로빅 댄스나 속보, 조깅, 수중운동, 자전거타기, 계단오르기 등 심폐기관을 자극하는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이 때 운동은 친구나 부모와 함께 하면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데 최소 1주일에 3~5회 정도 하는 게 효과적이다.
■어린이에게
1. 살찌면 빼기 어려우니 미리 예방하세요.
2. 피자 햄버거 치킨 돈까스 자장면 등 패스트 푸드나 청량음료를 먹는 횟수를 줄여요.
3. 밥 국 김치 나물등 백반을 먹는 습관을 들여요.
4. 컴퓨터 게임만 하지 말고 밖에서 놀아요.
5. 가까운 곳은 걸어다니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는 가능한 한 이용하지 말아요.
6. 살찌지 않은 어린이가 살을 빼려고 식사량을 너무 줄이면 위험해요.
■부모들에게
1. 뚱뚱하다고 구박하거나 야단 치지 마세요.
2. 아이들이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칭찬하고 격려해 주세요.
3. 집안에서도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세요.
4. 너무 심한 다이어트는 성장을 방해해요.
5. 무조건 굶기지 말고,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도와주세요.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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